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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무버할 필요있을까? 살림 정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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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무버할 필요있을까? 살림 정리하는 법

귀국이 임박해오면 집안을 둘러보며 이 살림살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에 빠진다. 필자가 연수했을 때도 주변 한국 연수생들을 보면 처음에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리라 마음먹었던 분들이 하나둘 살림이 늘어 결국 대형 TV까지 부치곤 하는 걸 봤다. 필자도 1년간 TV도 없이 살면서 공수래공수거 스타일을 고수했으나 결국 상의 끝에 컨테이너를 이용하는 배송 업체를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이른바 ‘큐빅 배송’이다. 1큐빅 단위로 배송비를 책정해서 이런 명칭이 붙은 것 같다. 필자는 연수를 한 미국 미주리주 콜럼비아에서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S모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귀국 비행기에 이민가방, 캐리어 등으로 충분하다면 고려할 여지가 없지만, 보통 TV가 싸다며 필수품처럼 사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기에 참고 삼아 후기를 남긴다. 특히 코로나로 연수자가 끊기는 상황에서 짐을 무버로 넘기지 않고 자기 선에서 정리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배송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큐빅은 1세제곱미터를 가리키는 부피단위인데, 1큐빅을 기준으로 배송 가격을 책정한다. 컨테이너에 넣어 배로 보내기 때문에, 무게 보다는 컨테이너 안 공간을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보내는 사람도 결국 물건의 밀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필자가 세탁기 안에 옷가지를 쑤셔넣어서 보낸 것처럼 말이다. 그럼 1큐빅은 대체 어느 정도 부피가 되느냐라는 질문이 남는다. 필자가 이용한 업체의 경우 미국 기준으로 12인치X12인치X5.5인치가 large 사이즈 박스이고, 이 박스 5개를 1큐빅으로 계산했다. 한국 라면 박스보다 좀 더 큰 정도라고 보면 된다.
배송을 결심했다면, 계약을 하고 물건을 싸두면 물건을 가져가는 절차로 일이 진행된다. 우선 업체와 연락해 어느 날에 배송을 하고자 한다고 상의를 하고 배송일을 확정하는 것이 시작이다. 배송일이 정해지면 이메일로 간단한 계약서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배송일로부터 1개월 전쯤에 업체에서 집으로 택배 상자와 박스테이프, ‘뽁뽁이’ 등을 가져다 준다. 다른 집 배송이 있을 때 들러 상자를 주는 식이라 시점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당연히 업체별로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박스를 받은 뒤 슬슬 짐을 싸게 되는데, 어떤 것을 보내고 어떤 것은 보내지 않을지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컨대 필자의 경우 이케아에서 200불짜리 쇼파를 샀는데 이걸 한국에 보낼지 말지가 고민이었다. 물론 한국에 보내서 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쇼파의 경우 부피가 워낙 커서 괜히 배송비만 더 들까봐 접었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는데 귀국 하기로 마음 먹은 뒤 집안을 둘러보면 이런 크고 작은 고민들이 계속 생겼다. 사전에 어떤 물건이 몇 큐빅인지 정확하게 알면 결심에 도움이 될텐데, 다음을 참고하면 좋다.(행여 향후 분쟁의 소지를 막기 위해 대략적인 가격은 제외하고 읽는 분이 견적을 낼 수 있도록 대략적인 가격만 첨부하겠다)

기본료는 약 1000불, 세탁기는 1큐빅, 75인치 TV는 3큐빅
3큐빅을 보낼 수 있는 기본 가격은 약 1000달러다. 기본 운송료에 각종 세금 등이 붙은 가격이다. 3큐빅보다 적게 보내도 기본료는 변동이 없다. 여기에 1큐빅을 추가할 때마다 약 180~200불이 더 붙는다. 필자의 경우 6큐빅을 보냈는데 1500불 언저리가 나왔다. 미국에서 부친 짐을 한국에서 받을 때 사다리차 이용 등의 비용은 추가로 붙는다.

필자의 경우 1인용 매트리스 2개가 large 박스 4개, 삼성 Top load 세탁기가 1큐빅으로 계산됐다. 지인 사례를 들어보니 75인치 TV는 3큐빅이었다. 추가 배송비만 따졌을 때 세탁기가 1큐빅이므로 약 180불(20~22만원), 75인치 TV가 3큐빅이므로 약 540불(65만원)에 배송이 가능한 셈이다. 필자가 미국 우체국에서 같은 미국내로 4~5킬로그램 무게의 택배를 보냈을 때 80불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우체국 이용보다는 무조건 이 배송이 싸다.
각종 옷가지부터 물건들을 포장해두니 정해진 시간에 인부들이 와서 짐을 실어가고 끝이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아직 한국에서 배송을 받지 못했지만 사다리차가 필요한 경우 별도로 요금을 낸다고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필자가 6큐빅 부치고 내는 돈이 1600~1700불 안팎이라 예상보다는 훨씬 저렴했다. 참고로 필자가 짐 보내기 직전의 모습을 왼쪽에 첨부한다. 세탁기는 빠진 모습이다.

남은 짐은 facebook marketplace나 기부로
보내기는 애매하지만 한국에 갖고 들어가기도 별로인 짐은 어떻게 처리할까. 필자에게는 앞서 소파 같은 게 그런 존재였다. 이 문제는 facebook marketplace(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해 해결했다. 사실상 미국판 중고나라다. 한때 craiglist 라는 중고사이트가 성행했지만, 이제는 다들 페이스북을 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거래 장소가 이동한 듯 하다.
필자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소파, 건조기, 테이블 등을 팔았는데, 시간을 갖고 여유있게 버티면 연락이 온다. 다만, 마켓플레이스에서 물건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가의 절반 이하를 원하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받기는 힘들다. 한국 계정 스마트폰으로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물건을 게시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계정으로 전환해 둔 스마트폰이 필요하다. 또 흥정이 기본적으로 따라오기 때문에 자기가 올린 가격에서 추가로 할인을 해줘야 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심해 가격이 아주 상대적으로 저렴하거나 물건 퀄리티가 눈에 띄게 뛰어나야 팔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하면 좋다. 대부분 얼굴 드러난 개인이 거래를 하기 때문에 위험도는 낮은 편이지만, 물건을 가지러 오겠다고 하고 나타나지 않거나 무례한 메시지가 오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물건을 그나마 편리하게 처분하기 좋다.
또 하나는 기부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콜롬비아의 경우 Goodwilld이라는 기부받은 물건을 저렴하게 파는 중고 가게가 있는데, 여기에 물건을 들고 가서 Drop할 수 있다. 물론 기부 받지 않는 리스트가 있다. 음식물이라거나 되팔기 어려울 정도로 하자가 있는 것 등이다. 필자가 갔을 때 일일이 까다롭게 검수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각종 쓰레기나 폐기물을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버릴 수 있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