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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수습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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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처치 결과,큰 이상은 없다고 해서 일단 퇴원했다. 사고소식을 듣고, 함께 연수온 지인들이 달려와 많은 도움을 줬다. 일단 살아서 집으로 돌아온게 기적같았다. 하지만, 험난한 보험처리가 기다리고 있을지 이 순간까지는 아무것도 몰랐다.

3. 보험처리와 보험사와의 협상

다음날, 바로 사고소식을 내 보험회사에 알렸다. 내 잘못이 아니며, 그쪽이 가해자라고 알렸더니, 담당자는 “그쪽에서 다 처리해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미국에선 피해자라고 해도, 자기가 든 보험회사에 사고소식을 알리도록 약관에 써있다.) 그러나 하루종일 기다려도 가해자측 보험회사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아내가 다시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가야하는데, 차가 없으니 답답했다. 렌트카가 시급했고, 사고처리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경찰관이 준 쪽지에 적힌 보험사 담당자를 찾았다.

ARS를 거치고 몇사람을 통하고서야 담당자(보험용어로 adjuster라고 함)와 연락이 됐다. 허나, 담당자는 “아직 사고경위를 조사중이기 때문에 아무 답변을 할 수 없다. 렌트카가 당장 급하면, 일단 당신 돈으로 차를 빌리고 나중에 우리 잘못일 경우 우리쪽에 청구하라. 단 렌트비는 하루에 25달러를 넘어서면 안된다”고 지극히 사무적인 어투로 답했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쪽이 가해자인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따졌더니, 아직 사고운전자를 상대로 인터뷰를 못했고, 경찰쪽에서도 사고와 관련한 조사결과를 받지 못해 누구 잘못인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단 나부터 인터뷰를 시작하겠다고 하더니, 대뜸, 인터뷰 내용을 녹음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이 녹음은 소송이 벌어질 경우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게 해야한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질문 하나하나에 귀를 곳추세우고 이해가 안가는 질문에 대해서는 완전히 이해할때까지, 되물었다. 사고날짜와 시간, 사고장소, 사고경위, 사고당시의 상황(에어백이 터졌느냐, 브레이크는 밟았느냐, 핸들은 어느쪽으로 돌렸느냐 등등)을 구체적으로 묻고는, 상대방 운전자에 대한 인터뷰가 끝나면, 연락주겠다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일단 급한김에 내 신용카드로 렌트카를 빌렸다. 렌트카를 빌릴때는 교통사고 때문이라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어느 렌트카나, 개인이 빌리는 가격은 높지만, 교통사고의 경우 보험사요율(보험사마다 요율이 약간씩 차이가 난다)을 적용받기 때문에 싸다. 한국에서의 상식상, 사고가 나면, 자기가 타던 동급의 차를 빌릴 수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는 그렇지가 않다. 약관에 보면, 대부분 보험사들이 `운송 목적을 위해 렌트카를 허용하되, 하루 25달러를 넘지 못하고, 총액은 750달러를 넘을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담당자와 얘기해서는 소용없고, 매니저급에 항의해야 하는데, 매니저들도 대부분 약관을 내밀며 오리발을 내밀기 때문에 아주, 세게 항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통사고가 나면, 크게 보상은 두가지로 나눠서 진행된다. 하나는 차량보상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보상이다. 차량보상은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켈리블루북(KELLY BLUE BOOK)에 나와있는 중고차값을 기준으로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