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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수습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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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리대에서 연수중인 문화일보 최준영입니다. 첫 해외연수기로 교통사고 수습과정을 올리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것이므로, 미국에 연수를 오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 수습과정을 자세히 적고자 합니다. 물론 참고할 일이 안생기길 빌며…

1.사고경위

내 경우 연수 7개월차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사고를 당했는데, 그것도 고속도로에서 아주 대형사고를 겪었다. 이곳 미주리에는 일부 고속도로의 경우 신호등도 없이, 도로를 가로지르는 횡단을 허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교차로다. 콜롬비아시와 오작(ozark)를 잇는 63번 국도가 그런 경우인데, 평소 그 길을 다니면서 횡단하는 차를 보면, “정말 목숨 걸고 횡단하는구나” 하며 가슴을 졸이던 터였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2월9일 오후 6시쯤. 어둑어둑해질 시간이었다. 몇군데의 교차로를 지났을까. 또다른 교차로가 나왔다. 나는 왼쪽에서 횡단하기 위해 대기중인 차들을 흘끗 보며, 교차로를 막 지나려던 차였다. 순간, 옆에 타고있던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비명소리와 동시에 눈앞에 흰색 밴이 들어왔다. 브레이크를 밟은 사이도 없었고,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틀었다. 꽝하는 굉음과 함께, 에어백이 터지고, 내차는 중앙분리대 잔디를 미끄러져 나무를 들이받고 멈춰섰다. 차안에선 연기가 솟았고, 아내는 꼼짝도 할 수 없는지 신음소리만 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도 알 수 없었다. 잘 열리지도 않는 문을 열고, 뛰어나가 사고현장을 목격한 운전자들에게 경찰을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내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현장에 있던 운전자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잡고 경찰에 신고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들, 내 차로 다가와 아내를 간호해주고, 내게는 걱정하지 말고, 차에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분들이었다. 마치 자기 일처럼, 모두 달려와 자청해서 도움을 줬으니. 얼마후 경찰차가 출동하고, 911 구급대원들이 몰려왔다.

아내가 앉아있던 패신저석 문이 열리지 않아, 구급대원들이 문을 뜯고 아내를 들것에 옮겼다. 한 경찰이 다가와 면허증과 자동차보험증을 보자고 했다. 미국에서는 사고가 나면, 원칙적으로 운전자간에, 면허증과 보험증서를 서로 교환하고 정보를 적은뒤(미국에선 설령 가해자라고 해도, 절대 미안하다는 말은 안한다. 미안하다는 말은 곧 내 잘못이라고 시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보험회사에 이를 알려야 하는데, 이런 대형사고를 당하면, 사실 그럴 경황도 없고, 정신도 없다. 일단 면허증을 경찰관에 제시하고, 사고경위를 설명했다. “2차선에서 시속 65마일(제한속도 70마일)로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가 가로지르기 위해 내 차선에 뛰어들었다. 브레이크를 밟을 사이도 없이 충돌했다. 목격자들이 있으니까 물어보면 확인될 것이다.”

경찰관은 내가 얼마의 속도로, 몇차선으로 달렸는지,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꼬치꼬치 묻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일단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그리곤 목격자들에게 사고순간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엠블런스에 타는순간, 한 목격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I saw everything, but I can`t.” 사고현장을 목격했지만, 누구 잘못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려는것 같았다.

엠블런스를 타고 병원에 가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내 과실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보험처리는 어떻게 되는거지. 외국인이라고 해서 불리한 판정을 받는것은 아닌가.” 등등.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과실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갑자기 뛰어드는 차를 무슨 수로 피할 수 있으랴.

2. 사고직후 대처요령

엠블런스에 오르기전, 구급대원은 두가지를 물었다. 평소 이용하는 견인회사가 있는지, 없다고 했더니 이러이러한 견인회사를 불러도 괜찮으냐고 묻길래, 콜롬비아 시에 있는 회사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했다. 또 병원은 어느 곳을 원하느냐고 묻길래 MU대학병원으로 가달라고 했다. 의식이 없다면, 모를까 의식이 있다면, 하나하나 의사를 묻고 원하는 곳에 데려다주는게 원칙이라고 한다.

응급실에서는 교통사고 환자라고 밝혀야하고, 사고경위를 정확히 설명해줘야한다. 처음 처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글로 써도 무방하다. 아내가 응급처치를 받는동안 사고현장에서 만났던 경찰관이 찾아왔다. 내게 그쪽 운전자 정보(이름, 보험회사이름, 보험담당자 이름, 견인회사, 사고날짜, 사고장소)가 담긴 INCIDENT INFORMATION이란 쪽지를 줬는데, 이것은 보험처리에 아주 중요한 문서였다. 그 경찰관은 “노인부부가 타고 있었는데, 다행히 다친 곳은 없다. 노인이 내 차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조사해보니, (내차의) 스키드마크도 없었다. 교차로를 막 지나려는 순간에 그 차가 들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새 밴이 생겨서 좋겠다”는 농담까지 했다. 난 경찰관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그쪽이 가해자인게 분명해졌기 때문이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고가 나면, 반드시 경찰관에게 물어봐야 할게 있다. 상대방이 티켓(일종의 교통딱지)을 발부받았는지를 확인해야한다. 만약 모두에게 티켓을 발부하면, 쌍방과실이란 뜻이며, 아무도 딱지를 받지 않았다면, 누구의 과실도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