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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숙박 에어비앤비 이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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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숙박 에어비앤비 이용하기

많은 분들이 미국에서 집 구하기에 대해 글을 남겼지만 낯 선 곳에서 살 집을 구하는 일은 역시 쉽지 않습니다. 각자 사정에 따라 지역에 따라 또는 경험, 기대치에 따라 상황이 너무 달라서 일반화해서 말하기 힘든 부분도 있구요. 그야말로 ‘케바케(case by case)’입니다.

우선 코로나로 미국서 집 구하기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교외로 빠져나간 직장인들이 많아 도심에서 월세 집을 구하기가 예전보다 쉬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학가 주변 임대시장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습나다. 미국 내 대부분의 대학이 그 동안 진행하던 온라인 수업 대신 이번 가을 학기부터는 오프라인 수업으로 전환했기 떄문입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도 생겼습니다. 코로나로 월세를 못내는 세입자들이 많아 지면서 집 주인들이 세입자 선택에 더욱 신중해 졌다는 사실입니다.

LA나 뉴욕은 세입자 보호 장치가 굉장히 잘돼 있습니다.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임을 감안해 월세를 안 낸다고 해서 세입자를 함부로 내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집주인이 세입자를 선택하는 데 다양한 조건을 두고 까다롭게 심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집 주인 입장에선 월세를 밀리지 않고 낼 세입자를 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뉴욕 맨해튼은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소득’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세입자의 연 소득이 월세의 40배가 돼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규칙(rule)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 4000달러 아파트를 구한다면 연 소득이 4000달러 x 40이니까 16만 달러(약 1억9000만원)가 돼야 합니다.

코로나로 직장을 잃은 세입자가 많아지면서 집 주인들이 지난해 세금 보고서 보다는 현재 월급을 얼마 받는지를 보여 달라고 합니다. 지난해 소득 증빙이 아닌 최근 2~3개월간의 월급을 증빙하라는 것 입니다.

더구나 상당 수의 집주인들이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서의 소득은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집을 구할 때는 코사인(co-sign)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보증’입니다. 세입자가 월세를 못내면 코사인을 해주는 사람이 대신 내겠다는 각서입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이런 보증을 서달라고 부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친인척의 도움을 받아 코사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어려운 도시들이 있습니다.

맨해튼의 경우 보증 서는 사람의 연 수입이 월세의 80배가 넘어야 합니다. 세입자에 40배 규칙을 적용했다면 코사인을 해주는 보증인엔 80배의 규칙을 적용하는 셈입니다. 월 4000달러 수준의 맨해튼 아파트에 살려고 하면 보증을 서는 사람의 연 소득이 32만달러(4000×80) 이상이 돼야 합니다. 또 보증을 서는 사람이 뉴욕, 뉴저지 등에 거주해야 합니다.

코사인에 대한 어려움은 외국인 뿐 아니라 현지 미국인들도 느꼈던 모양입니다. 보증을 대신 서주는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인슈어렌트(Insurent) 같은 회사들입니다. 대신 수수료로 한달 임대료 정도를 요구합니다. 보험료와 같은 성격이지만 만만치 않은 금액입니다.

소득증빙 문제가 해결돼도 세입자 선택은 결국 집주인 마음입니다. 대형 아파트는 신용도, 소득, 임대기간 등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큰 문제없이 집을 구할 수 있지만 개별 콘도는 그야말로 집 주인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아파트와 콘도의 차이점도 알아두면 편리합니다. 미국서 아파트는 통상 ‘임대주택’을 의미합니다. 전문 임대 관리업체가 관리인을 두고 건물을 운영을 합니다. 콘도는 각 유닛(집)마다 개별 주인들이 따로 있습니다.

아파트는 전문 관리업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예외’가 많지 않은 편 입니다. 신용도, 소득, 임대기간 등 예외 없이 기존 규칙대로 갑니다. 반면에 콘도의 경우 주인이 세입자가 마음에 안 들면 아무리 소득이 높거나 신용도, 보증이 뛰어나도 집을 얻을 수 없습니다. 대신 콘도 주인의 마음에 들면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소득규정, 임대 기간 규정들을 피해 나갈 수 있습니다.

상당수의 미국 아파트가 최소 12개월 계약을 요구합니다. 12개월 계약을 하면 1~2개월을 렌트프리(rent free)로 월세를 안받는 경우도 있구요. 12개월 보다 짧은 단기계약은 일반 월세보다 20~30%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12개월보다 짧은 단기계약을 하면 아무래도 손해본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콘도는 집주인의 개인 사정에 따라 12개월 미만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년 계약이 부담스러운 경우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하면서 살 지역을 먼저 알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무슨 ‘공유숙박’이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인이 방문자(게스트)와 같은 공간에서 살아야만 에어비앤비를 허용합니다. 예를 들면, 방이 4개 가진 집 주인은 그 중 방 하나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손님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정집을 숙박용으로 쓴다는 취지의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나 농어촌민박업의 경우에 그렇습니다. 이외의 숙박업으로 등록한 경우에는 집 전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위에 오피스텔을 통째로 에어비앤비로 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는 한국의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이와 달리, 미국은 아파트 전체, 집 전체를 통째 에어비앤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거실이나 부엌은 공유하고 침실만 따로 쓰는 것도 가능 합니다.

제가 워싱턴DC에서 이용한 에어비앤비 건물입니다. 1900년대 초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합니다. 뒤편으로 새로 개발된 고층 아파트가 보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선 ‘알박기’ 건물인데요. 시간의 흐름이 퇴적층처럼 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건물처럼 동부에는 ‘지하’ 아파트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하층은 가급적 피할 것을 권합니다. 지난 9월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 동부 상륙하면서 쏟아 내린 비로 지하 아파트가 침수되고 수십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저에게 집을 빌려준 사람은 집의 소유주로부터 위탁을 받아 여러 채의 에어비앤비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일반 가정집 전체를 전문업체가 에어비앤비로 위탁운영할 수 없습니다. 또 주인과 같은 공간에 투숙하더라도 일정 크기 이상은 에어비앤비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민박업 규정이 개인이 방 한 칸 정도의 규모로 적은 수입을 얻는 수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옥체험업을 제외하면 도시지역에서 내국인의 에어비앤비 이용 자체가 불법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국가에서 내국인의 에어비앤비 이용에 제한을 두는 규제는 한국 외에는 드물다고 합니다.

한국 에어비앤비에서도 관련 규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로 호텔, 모텔들 등 기존 숙박업소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이러한 시도도 ‘동력’을 잃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는 한 달 이상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며 장기숙박(단기 거주)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원격근무로 인해 머무는 장소에 대한 제약이 크게 줄어들면서 여행과 숙박, 업무가 뒤섞이는 트렌드가 아주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어떻게 한국에서 머물 곳을 선택하는 지를 살펴보면 좀 더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서 1년간 체류하는 연수자들에게 에어비앤비는 숙소로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여행자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서 신분이나 앞서 언급한 소득 증빙, 보증 등에서 자유롭습니다. 간단히 말해 입주 절차가 덜 복잡합니다. 신용카드와 신분증만 있으면 됩니다.

대부분 가구와 식기들이 완전히 갖춰진 퍼니시드(furnished)는 또 다른 장점입니다. 이불, 침대, 식탁, TV, 냉장고, 세탁기 뿐 아니라 접시, 수저까지 살림살이를 다 갖춰 놓고 사려면 은근히 시간과 돈이 많이 듭니다. 일반 퍼니시드 아파트는 같은 수준의 깡통 아파트에 비해 월 1000달러 정도 더 비싼 것 같습니다. 가구와 가전제품을 하나하나 사러 다니고 한국으로 올 때 다시 팔거나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것도 장점입니다. 물론 요즘에는 가구와 가전 대부분을 아마존 등에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합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구하면서 저는 와이파이가 되는 곳과 세탁기와 건조기가 집에 달려 있는 ‘washer and dryer in unit’을 조건으로 택했습니다. 와이파이는 보통 월 40~50달러, TV케이블도 월 60달러 정도 합니다. 옛날 집들은 구조적으로 세탁기와 건조기가 집 안에 없는 곳이 많습니다.

주인과 월세 ‘네고’(협상)가 가능하다는 점은 이번에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서 알게 된 꿀팁입니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월 2000달러라고 올라 왔어도 집 주인 또는 관리자에게 연락해서 월 1500달러에 입주가 가능한 지 타진해 볼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환불 정책’입니다. 개인간 거래이기 떄문에 환불 정책이 다양합니다. 또 ‘청소비’와 ‘수수료’ 등 기타비용이 발생하는 지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외국인 신분으로 미국에서 살다 보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핸드폰을 구하고 어떻게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어떻게 집을 구하는 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궁금하게 됩니다. 평소에 내일 아닌 것처럼 잊고 지내던 일들이지요. 한국의 에어비앤비 정책 역시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현실에 맞게 고쳐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