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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시대 연수 준비하기_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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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시대, 미국 금융 생활 어떻게 준비할까

지난 3월19일 원달러 환율이 1달러 대비 1285원을 기록하는 걸 보고 기겁했다. 10년만에 찾아온 고환율 시대에 미국에 살다니. 처음 미국에 올 때는 미중 무역분쟁이, 미국 나갈 때가 다가오니 코로나가 터지면서 1년 내내 필자는 고환율에 시달렸다. 1200원대가 거의 디폴트였다. 내가 ‘조금만 더 내리면 환전해야지’라고 생각하면 환율은 급반등하면서 내게만 적용되는 머피의 법칙이 됐다.

연수 씀씀이는 ‘상고하저’

대부분의 연수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돈 문제다. 재단 지원을 받는다 해도 1년이라는 �은 기간을 충실하게 보내려면 결국 많은 경험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비행기를 타든 차를 몰든 어딘가에서 먹고 자는데 드는 ‘달러’가 있어야 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신용카드가 있어 미리 긁고 나중에 막는 게 가능했지만, 미국에서는 신용카드 만들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에 Debit 카드 사용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잔고를 항상 살펴야 한다.

연수가 결정됐다면 그 순간부터 바로 환율에 관심을 갖고 달러를 대량으로 확보해 두길 권한다. 약간 과장을 보태면 연수 3~5개월차에 보통 1년 동안 하게 되는 큰 지름들을 몰아서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반적으로 미국으로 건너갈 때 손에 2만~3만달러 정도를 들고 비행기에 타라는 조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한마디 덧붙이면 가능한 한 많은 달러를 만들어두고, 그 중 현금으로 3만달러 안팎을 갖고 비행기에 타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다. 입국 때 현금 3만달러 이상을 갖고 있다고 미리 세관에 신고해야 하고, “1년 간 살러 왔다”고 하면 특별히 별말 하지 않는다.

우선 미국에 온 직후 가장 큰 지출을 하는 것은 차 구매다. 필자는 비교적 새차에 가까운 2만마일 정도 달린 닛산 로그를 1만7000달러에 구입했다. 여기서 가져온 돈 반 이상을 썼다. 정착 초기에 렌터카로 다니면서 은행 계좌를 만들고 카드를 발급받은 후 그 뒤에 차를 사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 계좌를 만든 경우 카드나 수표로 하루 1만달러 이상을 결제할 수 없는 일도 생기기 때문에, 현금을 갖고 오지 않으려면 미리 알아봐야 한다.

차를 산 이후 목돈이 드는 곳은 주로 여행이다. 여행 갈 수 있는 기회가 연수 시작 5개월 안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 학교에 적을 두고 연수를 오는데다 자녀가 있는 경우 방학과 공휴일이 여행을 떠나는 찬스다. 미국에 도착해 힘을 줘서 떠나는 첫 여행은 보통 11월말의 Thanksgiving이다. 한국의 추석 같아서 이 시기 비행기, 숙소 등 가격이 치솟는다. 미국 도착 직후 예약하는 게 그나마 싸다. Thanksgiving 끝자락에는 이제는 유명해진 ‘블랙프라이데이’가 온다. 이날만 세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하나라도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주변 연수자들이 주로 TV나 태블릿, 노트북, 다이슨 청소기 등을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에서 500달러짜리를 300달러에 사면서 200달러를 버는 것 같지만 실은 300달러를 쓰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Thanksgiving을 지나면 겨울방학이 온다. 크리스마스부터 1월 첫주까지 약 2주 간이다. 이 시기에는 장기 여행을 떠나는 일이 많은데 사실상 1년 중 가장 지출이 큰 대목이다.

미국에서 식품, 공산품은 싼 편이지만 여행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식사값은 1인당 평균 15불 이상 나오며 숙박도 성수기 1박에 200달러를 넘는 일이 많다. Thanksgiving이나 겨울방학은 미국에서도 성수기다. 사이사이 날씨 좋다고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는 교외 여행 등도 적잖게 지갑을 턴다는 점을 미리 알고 가면 좋다.

하지만 겨울 방학이 지나면 반환점이다. 막상 새해가 밝으면 그 뒤로 돈이 많이 드는 곳은 1주일짜리 짧은 봄방학과 귀국 전 마지막 여행, 귀국 준비 정도만 남는다. 사실상 큰 돈 쓸 시간이 별로 없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상고하저다. 필자는 코로나로 뒤 여행을 다 취소해서 사실상 상고하무(無)가 됐다.

달러 계좌에 미리미리 채워두고, 연동 체크카드도 준비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싸다는 느낌이 들 때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환전을 해서 충분한 달러를 쌓아두는 게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지금 고환율이지만 앞으로 더 오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필자가 금융담당 기자를 할 때 들은 말이 있다. 가장 현명한 환전은 여러 번 나눠서 하는 거라는 말이다.

우선 은행에서 달러 계좌를 하나 개설해두고 이 계좌에 틈날 때 마다 달러를 옮겨두면 된다. LG상남언론재단은 감사하게도 달러로 체재비를 송금해준다. 다른 일부 재단에 비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비행기에 갖고 타는 2~3만달러 외에 2만달러 안팎만 더 준비해 둔다면 여유가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연수 후반부로 갈수록 재단에서 주는 체재비만으로도 생활이 꾸려지기 시작한다.

달러 현금은 모바일 앱이 가장 싸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은 모바일 앱으로 90%의 환전 수수료를 깎아주고, 하루 1,000달러까지 환전을 하게 한다. 1,000달러씩 매번 은행에 찾으러 갈 필요도 없다. 필자가 이용한 신한은행의 경우 모바일 환전을 월화수목금 5번 신청해 두고, 그 다음주 월요일에 한번에 5000달러 찾는 것도 가능했다. 이런 식으로 부부가 하면 1주일에 1만달러 환전이 가능하다. 이게 귀찮다면 주거래은행에 가서 상담해보면 된다. 달러 계좌를 만들 때 이 계좌와 연동되어 있고 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달러 체크카드를 만들어오면 필요할 �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또 한국에서 해외결제 수수료가 싼 신용카드도 하나 들고오면 좋다. 가급적 ‘비자’나 ‘마스터’가 유리하다. 부부라면 각각 하나씩 다른 종류로 구비해도 좋을 것 같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간혹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아서 가맹점이 적다고 한다. 온라인 결제할 일이 많은데, 어떤 곳은 Debit 카드 결제가 안 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 National이라는 렌터카 회사가 신용카드만 받는 걸 봤다. 다만 신용카드는 환율이 상대적으로 10원가량 더 높게 책정되고 결제 수수료까지 나와 손해니까 급할 때만 쓰자.

미국 큰 은행을 가고 해외 결제 수수료 싼 한국 신용카드도 챙겨가자

필자가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미국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때 Debit 카드의 일일 결제한도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필자는 미주리대 내에 있는 US뱅크 지점에서 쉽게 카드를 만들다가 이 점을 확인하지 않아서 두고두고 낭패를 봤다. US뱅크의 경우 Debit 카드 일일 결제 한도가 1000달러인데, 앞서 언급했듯 이 카드로는 비행기표도 제대로 사기 어렵다. 처음에 카드를 만들 때는 향후에 한도를 늘릴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했는데, US뱅크 지점에서 필자를 상대한 직원은 카드 사용 기록이 1년은 쌓여야 한다며 한도를 늘려주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점이다. 같은 지역의 다른 연수자는 또 다른 US뱅크 지점에서 만난 ‘친절한’ 직원이 살짝 한도를 늘려줬다고 한다. 이런 행운을 기대하지 말고 미리 확인하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일 결제 한도가 5000달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