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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海見聞錄-1년 연수를 되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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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海,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중국에서의 해외연수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얼핏 힘들 것 같지만 적어도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만큼은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
상하이는 약 3만명에 달하는 한국인 외에도 5만명 쯤 된다는 일본인, 3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대만인, 그리고 홍콩, 싱가포르, 미국, 독일 등에서 온 많은 외국인들이 사는 개방된 국제적 대도시이다. 상하이에 있는 외국은행의 숫자도 모두 120개로 일본의 도쿄보다 36개가 많다고 한다.
상하이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는 베이징 보다 1.5배 이상 높지만 해외연수 비용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월세는 베이징 보다 오히려 저렴하다. 베이징의 경우 외국인 거주지역의 제한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상하이는 2년 전부터 규제가 풀려 외국인들이 더 저렴한 가격이 세를 얻을 수 있다.

시장을 볼 때도 큰 어려움이 없다. 가격흥정을 할 필요가 없이 대형할인점들이 시내 곳곳에 있다. 까르푸 등 다국적 할인점 외에도 태국계, 대만계, 한국의 E마트 등이 진출해 있는데, 상하이 시민들이 쇼핑 카트에 물건을 가득가득 담은 것을 보면 상하이가 중국의 어느 도시보다 부유한 경제수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새롭고 맛있는 요리를 즐겨 찾는 사람에게는 상하이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연수지로 생각된다.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에 사람과 돈, 물자가 몰리면서 중국의 각 성이나 지방도시들이 돈을 투자를 해 상하이에 자신들의 식당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 입맛이 없으면 간편하게 한국 라면을 사먹으면 된다. 한국의 라면 공장이 상하이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집 근처의 편의점에서도 한국 라면을 구입할 수 있다.
상하이의 의료수준도 중국의 다른 도시들보다 앞선다고 한다. 지난 6월까지 중국에서 사스(SARS)가 유행할 때 상하이에는 병원 내부에서의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런아이(仁愛)의원 등에는 한국인 치료를 전담하는 곳이 있으며, 요즘은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일본의 치과의사들을 필두로 외국의사들이 점차 상하이로 향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푸단대학(復旦大學)

필자가 1년간 연수를 한 상하이의 푸단(復旦)대학은 자오퉁(交通)대학 통지(同濟)대학 등과 함께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7개 국가 중점대학 중 하나다.
장쩌민 전 주석의 모교로 잘 알려진 자오퉁대학이 이공계열이 강하다면, 푸단대학은 신문학, 경영학, 역사학 등 문과 계열이 앞서 있다. 특히 푸단대학 신문학과 출신들은 상하이의 신문과 방송들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푸단대학은 상하이의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 양푸(楊浦)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상하이 시내에서도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유학생들은 점심을 보통 1천500원에서 2천원 정도 선에서 해결하는데 시내 중심지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또 푸단대학 학생의 80%가 중국대륙의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란 점도 연수생활을 풍부하게 한다. 상하이에서 외지인들의 임금은 상하이 현지인에 비해 저렴한데, 중국어 과외선생도 예외가 아니다. 매일 1시간씩 주 5일간 개인과외를 받는데 드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8만원 정도.
개인적으로 여러명의 중국인 친구를 사귀며 중국신문을 읽는 데 도움을 받았는 데 이들의 고향은 안후이(安徽) 헤이룽장(黑龍江) 지린(吉林) 톈진(天津) 등으로 각각 달랐다. 상하이에서 헤이룽장 출신의 중국 학생으로부터 헤이룽장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의외의 소득으로 생각된다.
푸단대학에 재학중인 한국 유학생은 1천명으로 지난해부터 일본 유학생 수를 넘어섰다. 그렇지만 전체적 상하이에는 아직 일본 유학생들이 더 많다. 이는 한국 유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베이징과는 다른 상황이다.
푸단대학의 학과별 커트라인도 일어 전공이 한국어 전공보다 더 높은데,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많은 한국기업들이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화동지역에 진출하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푸단대학 인근은 과거에는 발전된 곳 이였는데 예전에 국민당 정부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개혁,개방이후 개발의 순서에서 상대적으로 밀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학 인근의 거리는 국정(國定)로, 국순(國順)로 등 `국`자로 시작되는 이름이나 정립(政立)로, 정민(政民)로 등 `정`자로 시작되는 거리 이름이 대부분이다. 푸단대학 인근에는 차이징(財經)대학과 통지(同濟)대학이 있고, 자전거로 20분 거리에는 상하이외국어대학이 있다.
이곳의 박사과정 한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대학 인근이나 학교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롱바이(龍百) 지역 등 2곳 중 한곳에 집을 정하고 있다.

上海의 이모저모

푸단대학 주변의 집은 약 30평 안팎의 새 아파트를 월세로 구하는데 우리 돈으로 50만~60만원 정도가 든다. 우리의 전세제도는 없다. 푸단대학 인근에 집을 정하는 것은 월세가 다른 지역의 절반 정도로 저렴할 뿐만 아니라 라오바이싱(老百姓)이라 불리는 중국의 서민들의 생활을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른 아침이면 태극권을 하는 사람들이나, 새장을 나무에 걸어두고 새 소리를 듣는 노인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또 외지에서 청운의 꿈을 품고 상하이로 올라온 가난한 외지학생들을 위한 먹을 것을 파는 노점상이 줄지어 선 모습도 이색적이다.
또 상하이의 특징 중 하나인 잠옷 차림의 아주머니들이 아침에 인근 시장에서 구입한 간단한 아침식사나 찬거리를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오가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여성들이 아침에 잠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상하이가 과거 강대국의 조계지였던 시절에 생긴 습관인데, 과거 잠옷을 아무나 입을 수 없던 시절에 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 지금까지 남은 것이라고 한다.
자녀와 함께 연수를 올 경우 푸단대학 부설 유치원이나 초·중등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푸단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상하이에서 이름 있는 학교들로 한국의 나이 어린 조기유학생들도 적지 않다.
유치원은 과거 사회주의 시절 여성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탁아정책을 중시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다. 다만 우리나라와 같은 시설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푸단대학 부설 유치원은 외국인 자녀들에게 한달 회비로 900위앤을 받는 데 대학에서 발급해 주는 소개장을 들고 가면 500위앤(약 7만5천원)을 내면 된다. 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 외국 어린이는 싱가포르 아이 1명이 있다가 귀국했고, 또 다른 한국 아이가 1명 다니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부모 중 한명이 자녀를 유치원까지 데려다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지만 이곳에서는 `자가용 자전거`를 이용하면 된다. 아침 저녁으로 딸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아내를 뒤에 태우고 마트에 갔다오곤 하면 가족애가 새록새록 생김을 느낄 수 있다.
수업이 적은 박사과정의 한국 유학생들 중에는 대학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에 위치한 구베이(古北)나 롱바이(龍百)지역에 거주하기도 한다. 대학 인근에 편의시설이 적고 상하이 도심의 급속한 변모를 자주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의 상하이 주재원들이 많이 사는 구베이는 월세가 100만~150만원 정도로 비싸지만 홍차오 공항쪽으로 좀 더 떨어진 롱바이 지역은 월세가 50만원 안팎으로 싸다. 이곳에는 한국 유치원이 있고 한국인 학교와 국제학교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또 한국의 깻잎 반찬까지 배달시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한인타운이 제법 형성돼 있다. 그렇지만 학교까지 통학시간이 긴 단점이 있다.
월세로 얻은 아파트에는 장롱, 침대, 화장대, TV, 세탁기, 냉장고, 전화 등 기본적인 설비들이 다 갖춰져 있다. 또 고속인터넷이 비교적 잘 보급돼 있어 계약 전에 집주인에게 요구하면 고속 인터넷선도 무료로 설치해 준다. 고속인터넷 사용료는 한달에 1만8천원 정도이다.
밥솥이나 한국식 요리도구들은 한국에서 가져오는 것이 좋다. 상하이에 오기 전 연락이 닿은 한 중국교포 분이 월세 집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다고 해서 간단한 옷가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빈손으로 왔다가 밥해먹을 밥솥이 없어 며칠간 전기밥솥을 구하느라 상하이의 마트들과 전자제품 매장을 뒤지기도 했다. 참고로 밥솥은 국산 만한 게 없다. 중국 밥솥은 값은 싸지만 찰기가 많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쌀로 밥을 해먹는 데는 적합하지가 않다.
쌀은 헤이룽장 등 산지가 중국의 동북 지방인 것을 구입하면 된다. 밥맛이 우리 것과 별차이가 없는 데, 알고 보니 동북지방에서 쌀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우리의 선조들이 일제의 압제를 피해 중국으로 건너가 논을 일구면서부터였다고 한다.
헤이룽장의 쌀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쌀에 비해 비싼데도 10㎏에 3천원이 안된다. 한 중국교포 교수가 한국에서 유학할 때 한국의 비싼 쌀을 사먹는 게 가장 아까웠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엄청 비쌀 것 같은 풍성하고 풍부한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은 중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그런데 중국의 괜찮은 식당에서 제대로 자신이 원하는 요리를 자신의 입맛에 맞춰 조리하도록 주문하려면 음식과 관련된 중국어 단어를 다 외워야 한다. 미국의 고급식당에서 요리를 주문할 때도 간단치가 않음을 느꼈었지만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상하이에 처음에 왔을 때 먹어본 요리 이름을 한자로 적어서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때문에 중국 생활이 1년이 다돼 가는 지금도 큰 중국식당에서 요리를 주문하려면 솔직히 자신이 없음을 느낀다.

상하이에서 연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중국어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미국에도 동부와 서부간 영어 발음에 차이가 있지만 베이징 등 북쪽지역의 말과 상하이 등 남쪽지역의 말의 차이에 비교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님을 느낀다.
한국에서 배우는 중국어는 대부분 베이징 말 등 북쪽지역의 말인데 이 말을 배워도 상하이에서 의사소통에 별 어려움이 없겠지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그게 아니다. 때문에 언어를 가지고 말하면 베이징에서 보다 상하이에서 연수하는 게 더 어렵다.
상하이 현지에 와서 남방의 표준말에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중국어 실력을 보다 높여둘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초기 몇 달간은 TV의 뉴스는 알아들을 수 있어도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이 종종 막히는 좌절을 경험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상하이나 인근 도시의 사람들은 비록 표준말을 쓴다고 하지만 남쪽지방의 액센트가 묻어있는 `남방 표준말`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향이 베이징 등 북쪽지역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교수들은 `남방 표준말`을 쓴다. 그나마 말하는 속도가 느리면 따라갈 수 있지만 빠르게 말하면 정말 알아듣기가 힘들다.
몇년 전 한국의 한 대학교수와 함께 중국 남부 저장성(浙江)성 닝보(寧波) 사람을 만났을 때 그 교수가 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해서 의아해 했는데 이곳에서 경험해 보니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남방의 발음이 경상도 사투리와 닮았다는 점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경상도를 `갱상도`라고 발음하듯이 이곳의 사람들도 `아이` 발음을 `애이` 발음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장저민 전 주석이 `가이거(改革)`를 `개이거`로 발음하는 것이다. 이는 입과 입술을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고 발음하는 데서 생기는 두 지역의 공통된 현상이다.

끝으로 향후 중국에서 연수를 생각하고 있는 분들 중에 상하이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또 상하이에 있는 증권시장과 선물시장, 최근 들어 한국기업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는 장강(長江) 삼각주 지역 연구 등 우리가 중국을 경제적으로 잘 이용하기 위한 연수의 기회들도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부산일보 국제부 최용오기자.
(푸단대학 국제관계대학원 한국연구중심 방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