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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의 팟캐스트 열풍과 ‘해설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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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의 팟캐스트 열풍과 ‘해설 저널리즘’ 중앙일보 기자 박수련 연수기관: UCLA
Ⅰ. 들어가며

올해 초 전세계 기업가치 1위에 오른 아마존(2019년 6월 1일 현재 2위)은 월 12.99불을 내는 구독자들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건을, 이틀 안에 빠르게 배송해준다.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을 키운 넷플릭스는 시리즈물 부터 영화 까지 고품질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무제한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월 9.99달러에 팔아 케이블TV와 영화상영관을 위기에 빠뜨렸다. 올해 4월에는 ‘럭셔리 IT 브랜드’ 애플도 구독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월 구독료 9.99달러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LA타임스,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신문ㆍ잡지 300여 종을 무제한 볼 수 있는 ‘애플뉴스+’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언론사별로 쪼개져 있던 구독 장벽(Paywall)을 앱 하나로 가뿐히 넘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다.

이처럼 구독(Subscription)은 소비자에게 명확한 가치(빠른 배송, 엔터테인먼트, 정보 획득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어야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언론사들도 최근 이 구독 비즈니스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구독은 현대 사회에서 신문발행업을 기업화하는 데 기여한 수익 모델이다. 주소 체계가 정립되고 가치있는 정보의 경제적 가치에 눈을 뜬 소비자들이 늘면서 신문 구독은 널리 확산됐다. 이는 신문사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바탕이 됐다. 하지만 구독모델은 20세기 광고 판매가 신문 기업의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더 커지면서 점점 등한시된 측면이 있다. 그러다 최근 다시 구독 모델이 주목을 받은 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다. 광고 시장이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인쇄 광고 의존도가 높은 언론사에 비상등이 켜지자, 언론사들도 디지털 구독 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구글ㆍ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뉴스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고 언론사 자체의 독자 풀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체 앱ㆍ웹을 통해 구독자를 확보해야 하는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디지털 시장에서 기존 방식대로 제작한 기사만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콘텐츠 구독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런 고민을 하던 언론사들의 눈길을 끈 것이 팟캐스트다.

일종의 ‘라디오 뉴스 리포트’와 유사한 ‘저널리즘 팟캐스트’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흘려주는 라디오와 달리, 소비자(구독자)가 이 채널을 구독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다. 오디오를 매개로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하는 팟캐스트의 특성상 구독자와 정서적 유대를 맺기 좋다. 광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독자와의 유대가 느슨해졌던 언론사들이 팟캐스트에 매력을 느낄 만 한 지점이다. 콘텐츠 내용 면에서도 팟캐스트는 텍스트의 제약을 넘어 새로운 저널리즘의 무대가 될 잠재력이 있다. 스마트폰용 콘텐츠가 무궁무진한 시대에 언론사가 텍스트 기사만 갖고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게임ㆍ유튜브ㆍ스포츠를 이기기란 어렵다. 이런 배경에서 뉴욕타임스(NYT) 같은 레거시 미디어부터 복스미디어(Vox Media) 같은 디지털 네이티브 미디어까지 디지털 혁신에 앞서 있다는 주요 뉴스미디어들이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언론사들은 디지털 구독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또 아마존, 넷플릭스, 애플뉴스+에 매달 10~15달러를 기꺼이 내는 소비자들이 언론사에 기대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본 연구보고서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다. 특히, 포털 중심의 국내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디지털 구독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국내 언론 환경은 이 고민의 출발점이었다. 언론사들이 인터넷 검색ㆍ포털에 디지털 버전의 기사를 공급하고 대가를 받는 비즈니스에 10년 이상 의존한 결과 국내 언론사들은 자체적으로 디지털 구독자를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2018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뉴스 이용자의 77%가 검색과 뉴스수집서비스(포털)을 통해 디지털 뉴스를 접한다(최근 일주일 기준)고 응답했다. 조사대상 37개 국가의 평균(30%)의 2배가 넘는다. 언론사 홈페이지로 뉴스를 보는 한국 소비자는 5%(전체 평균 32%)로, 37개국 중 최하위였다.

이런 여건에서 종이신문을 만들던 언론사가 디지털 혁신을 하겠다고 한다면,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언론이 유료로 제공할 수 있는 가치 상품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보고서에서는 디지털 혁신에 앞서 있는 글로벌 뉴스미디어들의 팟캐스트 서비스를 중심으로 언론사의 구독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팟캐스트 같은 언론사들의 디지털 서비스가 구현하는 저널리즘의 특징에 대해서도 분석해보고자 한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구독료를 받을 만한 저널리즘 서비스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Ⅱ. 팟캐스트, 독자에게 다가가는 또다른 길

최근 영어권 미디어ㆍ콘텐츠 시장에서 눈에 띄게 급성장한 분야는 팟캐스트다. 미국 공영방송 CBS가 올해 1월 공개한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2(70%)는 팟캐스트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1년 전(47%)에 비해 팟캐스트 경험자가 급증했다. 매일 또는 1주일에 2회 이상 팟캐스트를 듣는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23%로 전년도(15%)보다 크게 늘었다. 2018년엔 유튜브 등 비디오 시장이 큰 주목을 받았다면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팟캐스트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자주 나오고 있다. 특히, 누구나 자기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팟캐스트 콘텐츠를 녹음해서 공개적으로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늘어 나면서 팟캐스트 대중화 붐이 일고 있다.

정교한 음원 추천 기술로 알려진 세계 최대 음원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는 올해 3월 LA 기반의 팟캐스트 스튜디오 ‘파캐스트(Parcast)’를 56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2월 올해 팟캐스트 스타트업 인수에 총 5억 달러를 더 쓰겠다고 예고하며, 팟캐스트 네트워크인 김릿(Gimlet media), 팟캐스트 제작ㆍ유통 앱 앵커(Anchor) 인수를 발표한 지 한 달만이다. 급성장하는 팟캐스트 시장에서 스포티파이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 세계 최대의 오디오 플랫폼이 되기 위해 자금을 풀고 있는 것. 디즈니ㆍHBO의 콘텐츠를 사서 유통하던 넷플릭스가 7~8년 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여기에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술을 적용하면서 구독자를 급격히 늘린 전략과 유사하다. 스포티파이의 올해 2월 현재 유료 구독자는 9600만명(전체 월사용자는 2억700만명)으로, 애플 뮤직(5000만명)의 2배에 가깝다. 대니얼 엑(Daniel Ek) 스포티파이 CEO는 2년 간 팟캐스트 시장을 타진해본 결과 “팟캐스트 청취자는 스포티파이 플랫폼에 일반 사용자보다 2배 가까이 오래 머물렀고, 음원도 더 오래 들었다”고 소개했다. 팟캐스트 고객들의 충성도가 월등히 높다는 얘기다. 미디어 산업계 전반이 팟캐스트에 주목하는 이유다.

올해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콘텐트 페스티벌 SXSW(South by South West)에서 Gimlet Media의 창업자 매튜 라이버(Matthew Lieber)는 사람들이 팟캐스트를 듣는 이유로 다음 세가지를 꼽았다. ①스토리에 대한 갈증 ②새로운 지식을 얻고 배우고자 하는 지적 욕구 ③(구독하는)팟캐스트 호스트와의 친밀감. 특히 세 번째 이유에서 오디오의 강점이 드러난다. 시각을 기반으로 한 비디오 및 텍스트보다 청각 기반의 오디오를 즐기는 수용자들은 미디어와 더 감성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얘기다. 또한 기존의 라디오에서는 뉴스 제공자가 정보를 일방적으로 흘려주는(flow) 방식이었다면, 팟캐스트는 소비자가 관심있는 주제의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구독(Subscription)해야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라디오에 비해 팟캐스트에 대한 소비자의 관여도가 높다.

전통 언론사 중에선 뉴욕타임스(NYT)가 저널리즘 팟캐스트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NYT는 2017년 2월 뉴스를 해설해주는 팟캐스트 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 6시 NYT 모바일 앱과 웹, 구글 및 아이튠 등 다양한 플랫폼에 20~30분 분량의 신규 에피소드가 업로드 된다. 는 NYT에서 정치ㆍ산업 분야 등을 취재한 베테랑 기자 마이클 바바로(Micheal Barbaro)가 서비스 론칭 부터 현재까지 주5일 팟캐스트를 진행한다. 해당 에피소드 주제를 취재했거나 사건의 내막을 가장 잘아는 NYT 기자들과 대담이 주된 포맷이다. 현재 는 일일 청취자 200만 명(2019년 4월 기준)으로 글로벌 톱 팟캐스트(애플 인기 팟캐스트 전체 7위, 2019년 4월 기준) 대열에 올라 있다. 4명에서 시작한 The Daily 제작팀도 현재는 17명으로 늘었다.

1. NYT ‘The Daily’의 사례 : 디지털 구독 전략과 팟캐스트

The Daily의 가장 큰 특징은 NYT라는 브랜드가 가진 핵심 자산(신뢰할 만한 기사 및 NYT의 관점)을 The Daily와 밀접하게 연결하고, 더 나아가 The Daily를 NYT 디지털 구독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The Daily는 청취자가 ‘NYT의 기사를 귀로 듣는다’는 기분이 들게끔 NYT가 최근에 보도한 굵직한 기사를 오디오 스튜디오에서 풀어낸다. 청취자들은 이슈를 가장 잘 아는 NYT의 기자로부터 ‘왜 이렇게 됐는지,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매일 20여 분 간 해설을 듣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The Daily의 진행자인 마이클 바바로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해설이 필요한 시대. The Daily의 미션은 여기에 있다(This moment demands an explanation. The Daily is on a mission to find it.)”고 밝힌 대로, 복잡하고 중요한 이슈를 깊이있게 해설하는 역할에 충실하다. 여기에, 적절한 음악과 연출을 더해 20여 분짜리 내러티브를 구성함으로써 듣는 재미를 끌어 올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국경 지역에 불법 이민자들의 월경을 막는 벽을 쌓겠다고 주장해 찬반 논쟁이 뜨거울 때는 국경 지대 보안관 같은 현장 취재원을 The Daily 진행자가 직접 전화로 인터뷰하기도 하고, NYT의 각 분야 담당 기자들이 취재원과 인터뷰한 녹음 파일을 팟캐스트에서 그대로 들려주기도 한다. 혹은 라디오 다큐멘터리처럼 현장에서 녹음한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며 청취자가 취재현장에 기자와 함께 있는 듯한 생생함을 이끌어낸다. 가끔은 가슴 먹먹한 휴먼 스토리로 듣는 이들의 눈물을 쏙 뺄 때도 있다.

현재 The Daily는 뉴스 소비자의 습관에 스며드는 데 성공한 듯하다. 미국 매거진 베니티페어(Vanity Fair)는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듯, 요샌 마이클 바바로의 The Daily를 들으며 아침을 시작하는 게 큰 유행”이라며 “마이클 바바로는 이 시대의 이라 글래스(Ira Glass, NPR의 저명한 라디오 저널리스트)”라고 평가했다. The Daily를 구독하는 것이 ‘트렌디하고 지적이며 삶에 유용한 선택’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는 것. NYT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반응하는 AI 스피커에도 The Daily의 서비스를 일부 탑재했다. 가령, 아마존의 AI 스피커 알렉사에 “오늘 뉴스가 뭐야?” 혹은 “오늘의 플래쉬 브리핑 읽어줘”라고 명령하면 The Daily의 마이클 바바로가 ‘오늘의 주요 뉴스’를 읽어주는 식이다. The Daily 프로듀서가 제작하는 ‘뉴스 퀴즈’도 아마존 스피커에서 풀어볼 수 있다. NYT는 오디오 시장의 급성장과 밀접한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The Daily가 쌓은 브랜드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The Daily가 ‘오디오판 NYT’로 입지를 굳히면서 NYT가 유료 구독을 설득할 만한 소비자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실제 The Daily는 NYT의 저널리즘 브랜드를 알리는 플랫폼이 되는 추세다. NYT는 ‘디지털 유료 구독자 확보’를 디지털 혁신의 핵심 전략으로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데, The Daily도 이 전략을 충실히 이행 중이다. The Daily가 확보한 뉴스 소비자들을 NYT 뉴스룸의 유산과 지속적으로 연결시켜 기존 저널리즘을 더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The Daily는 프로그램 시작이나 중간 지점에서 자체 광고도 내보내는데 이 프로그램의 에디터 등 제작진이 이 광고에 나와 NYT의 유료 구독을 유도하는 식이다. 이들은 The Daily를 시작하던 당시의 막연했던 상황과 이를 이겨낸 비결을 소개하며 “The Daily 제작팀을 후원하고 싶다는 팬들이 많다. 우리를 도울 가장 좋은 방법은 NYT를 구독하는 것이다. NYT는 The Daily의 파워이자 엔진이며, 세계 최고의 기자들이 모인 NYT 뉴스룸이 없었다면 The Daily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NYT는 The Daily뿐 아니라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한 엔진이다”고 강조한다. NYT의 디지털 구독자 증가분 가운데 The Daily를 통한 직간접 유입이 얼마나 되는지 공개된 적은 없지만, 출시 후 1년 여 만에 수백만 명의 고정 청취자를 확보한 The Daily의 성과로 볼 때 NYT의 디지털 구독률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에피소드에 광고가 2개씩 실리고 있는 현재(2019년 상반기) The Daily가 벌어 들이는 광고 매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NYT컴퍼니가 밝힌 2018년 4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NYT는 2018년 디지털 유료 구독자 수가 340만명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지난해 연매출 10억7500만 달러 중 디지털 구독료 수입이 4억 달러(전년대비 18% 증가), 디지털 광고 매출은 2억5900만 달러(전년대비 8.6% 증가)를 기록하며 전세계 언론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The Daily는 또 NYT 내부에서 여러 스핀오프(Spin-offㆍ파생 작품)를 낳으며 일종의 콘텐츠 포맷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NYT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테러 무장조직을 쫓는 취재 기자(Rukmini Callimachi)의 취재 현장을 담은 10편짜리 팟캐스트 시리즈물 ‘칼리페이트(Caliphate)’를 공개했다. 해당 기자는 퓰리처 상 후보에 3차례 올랐던 테러 무장조직 취재 전문가다. 또 올해 1월에는 The New Washington이라는 정치 분야 주간 팟캐스트도 시작했다. 워싱턴D.C를 커버하는 NYT의 정치담당 기자들이 정치인들과의 인터뷰 및 현재 백악관 및 의회의 상황을 해설하는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다.

The Daily의 성공 경험은 NYT가 오디오를 넘어 TV에 도전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NYT는 올해 6월초 TV 다큐멘터리 (시즌1)를 미국 내 케이블 채널 2곳(FX, hulu)을 통해 선보였다. 시리즈 영상에는 NYT 기자들이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수집한 사실들을 어떻게 꿰어 내고, 진실을 찾기 위해 어떤 질문을 하는지 그 취재 과정과 뒷얘기가 담겼다. 전세계 곳곳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이민자 문제, 뉴욕시 교통 문제 등에 기자들이 얼마나 천착하며 끈질기게 취재하고 있는지, NYT의 저널리즘이 얼마나 강하고 견고한지 매끈하게 보여준다. 외부에 뉴스룸의 취재ㆍ제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 없이는 어려운 시도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기자들이 만드는 NYT의 저널리즘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어 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마케팅 비디오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제작팀을 이끄는 샘 돌닉(Sam Dolnick) NYT 부국장은 NYT의 기사를 통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저널리즘을 위해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스스로 투명해지는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시청자들은 우리가 스토리를 위해, (잘못된 것을)바로잡기 위해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팟캐스트 를 기획했던 인물이다.

언뜻 NYT가 신문과 오디오를 거쳐 이젠 TV까지 진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NYT의 목표는 TV 시장이 아니다. 2019년 2월 마크 톰슨 NYT 대표이사(CEO)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진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제작 계획을 소개하며 “팟캐스트나 TV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목적은 디지털 구독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고 명확히 밝혔다. 막연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혹은 NYT의 스토리텔링 역량을 자랑하기 위해 다른 미디어 플랫폼을 기웃거리는 식의 확장이 아니라, ‘디지털 구독자 확보’라는 기존 전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TV와 팟캐스트를 활용한다는 얘기다. 톰슨 CEO는 “HBO나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유료 구독)을 성공시키기 위해 질 좋은 콘텐트를 구독자에게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 아직 NYT 기사를 무료로 몇 건 읽기는 하지만 구독까지는 하지 않은 디지털 소비자들이 우리 콘텐트를 무제한으로 읽고 싶게끔 만들기 위해 끈질기게 매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저널리즘 기반을 더 강화하는 팟캐스트’라는 모델은 ‘NYT라서’ 가능한 예외일 뿐일까. 신문사 내 팟캐스트 제작 열풍이 강한 호주에서도 유사한 중간평가가 나오고 있다. 호주 일간지 헤럴드 선(Herald Sun)의 디지털 담당 국장 나다니엘 베인은 올해 5월 국제뉴스미디어연합(INMA, International News Media Association)에 ‘팟캐스트의 가치, 저널리즘 마케팅(Podcasts value lies in marketing journalism)’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스포츠 및 범죄뉴스에 강한 헤럴드선은 사건사고 탐사뉴스 관련 팟캐스트로 100만명 가까운 고정 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베인 국장은 “팟캐스트에 자기 이름을 올리고 싶어하는 기자도 많고, 편집국의 에디터들이 팟캐스트를 만들자고 하는 요구도 엄청나다. 팟캐스트 구독자나 팟캐스트를 관심있게 보는 광고주들도 계속 늘고 있다. (중략) 하지만 수년간의 경험에 따르면, 언론사가 이 영역에 진지하게 투자할 정도로 신규 매출이 발생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통 언론사들에게 있어 팟캐스트는 원래 언론사들의 전문 분야인 저널리즘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마케팅 툴이라고 정의한다. “놀라운 점은 팟캐스트가 저널리즘을 위한 좋은 마케팅 도구라는 점이다. 특히, 본질적인 저널리즘에 투자하는 뉴스룸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NYT처럼 전례없는 성공작을 만들어낼 경우 팟캐스트로 버는 광고 수익은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사들은 신생 팟캐스트 팀에서 거두는 매출만으로는 기존 신문광고 매출 감소분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해 디지털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워야 하는 대다수 뉴스미디어에서 팟캐스트는 뉴스룸이 생산한 콘텐츠를 오디오 시장에 알리고, 매체 영향력을 더 키우는 수단으로서 의미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2. 해설 저널리즘 Vox media의 팟캐스트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밝은 신생 디지털 네이티브 언론사들은 팟캐스트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투자했다. 지키고 자랑할 것이 많은 NYT와는 전략이 다르다. 복스미디어를 보자.

대표적인 밀레니얼 세대 저널리스트인 에즈라 클라인(Ezra Klein)은 뉴스사이트 복스(Vox.com)의 편집국장이자 팟캐스트 의 진행자다. 정책 전문 블로거로 커리어를 시작한 에즈라 클라인은 2000년대 후반 미 연방정부 예산과 건강보험 논쟁을 명민하게 분석해 뉴욕과 워싱턴DC에서 일하던 베테랑 기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를 계기로 2009년 Washington Post(WP)의 칼럼니스트로 영입된 클라인은 WP의 WONKBLOG에서 경제 정책을 분석ㆍ비평했다. 그러다 2014년 WP의 동료와 WP를 나와 복스미디어(Vox Media) 그룹 산하 뉴스사이트 복스(Vox)를 공동 창업했다. Vox는 “Explain the news”를 구호로 내걸었다. 단순한 사실을 정리해주는 뉴스를 넘어, 사실을 둘러싼 역사적 의미와 파급효과, 향후 전망을 통찰력 있게 분석하고 해설하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학계와 뉴스미디어 산업계에선 ‘해설 저널리즘’(Explanatory Journalism)이라 부르는 관점이다. 에즈라 클라인이 해설 저널리즘으로 성장한 스타 기자이다 보니, Vox에도 그의 색깔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 그는 “해설(Explanatory)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의 가장 큰 차이는 핵심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정보이든지 간에 그 정보를 (독자가)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맥락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다“고 주장하며 수집한 사실 전달에 그치는 기존의 저널리즘 전통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트위터 팔로어 252만명이 넘는 에즈라 클라인은 자료를 분석하고 이슈를 비평하는 자신의 관점으로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의 팟캐스트도 클라인의 관점이 반영된 해설이 특징이다. 매주 2회 업로드 되는 팟캐스트는 2015년 이래 현재까지 230건 이상 공개돼 있다. NYT같은 역사나 전통을 내세우기 어려운 복스는 에즈라 클라인과 같은 스타 기자들 개인의 영향력을 팟캐스트에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Vox는 외에도 다양한 시사 뉴스 기반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NYT의 The Daily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던 즈음 2018년 2월 라는 뉴스 팟캐스트를 매일 저녁 시간대에 업로드하고 있다. 또 정치 뉴스 팟캐스트 가 주2회, 국제뉴스 팟캐스트 가 주1회 주기로 Vox의 해설 저널리즘을 오디오로 풀어내고 있다.

Vox가 속한 Vox Media 그룹 내에서 팟캐스트는 논픽션 분야의 핵심 스토리텔링 채널로 의미가 크다. Vox Media는 팟캐스트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복스 미디어 팟캐스트 네트워크’를 별도 사업 조직으로 두고, 그룹 산하의 시사뉴스ㆍ기술산업ㆍ비즈니스ㆍ스포츠ㆍ대중문화ㆍ다이닝 등 분야별 매체 기자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기획ㆍ생산ㆍ유통ㆍ마케팅 해왔다. Vox Media 그룹의 팟캐스트는 2017년 25개에서 지난해 10월 75개로 급증했다. 그 중에는 와 함께 Vox Media 그룹의 간판 팟캐스트로 꼽히는 가 있다. 테크놀러지 전문지 Recode의 스타기자 카라 스위셔(Kara Swisher, 트위터 팔로워 130만)가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이슈를 주제로 다룬다.

Vox Media 그룹은 테크놀러지 전문 매체 Verge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2015년 Recode를 인수했다. Recode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베테랑 정보기술(IT) 산업 담당 기자이던 카라 스위셔가 동료 기자인 월트 모스버그와 창업한 매체였다. 카라 스위셔의 통찰력 있는 해설과 파괴력 있는 단독기사, 실리콘밸리 유력 인사들이 주목하는 유료 컨퍼런스를 열어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복스미디어는 현재 카라 스위셔 같은 스타기자를 팟캐스트 무대에 올려 매체 영향력 확대와 새로운 수익을 노리고 있다. 카라 스위셔는 또 2018년 4분기부터 실리콘밸리 기업 분석가로 유명한 뉴욕대 MBA 교수 스캇 갤러웨이(Scott Gallaway)와 함께 테크놀러지&미디어 산업에 대한 팟캐스트 도 진행 중이다.

이런 스타 기자들을 적극 활용하는 Vox Media의 팟캐스트는 수익 면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팟캐스트 프로그램의 양이 늘고 다양한 분야를 커버할 수록, 광고주들에게 제공되는 광고 포트폴리오의 선택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다. 실제 미국 내 팟캐스트 광고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복스미디어의 팟캐스트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악시오스(AXIOS)의 보도에 따르면 복스미디어의 마티 모이(Marty Moe) CEO는 “팟캐스트를 통해 올리는 매출이 수천만 달러(수백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 대비 2018년 팟캐스트 광고 매출은 3배 가량 증가했고 올해도 2018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도 밝혔다.

3. 신생 디지털 미디어의 팟캐스트 : 스포츠ㆍ테크놀러지 전문 매체 사례

팟캐스트는 스포츠ㆍ테크놀러지 뉴스처럼 정보의 질에 따른 소비자 만족도 차이가 확연한 영역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도 팟캐스트를 뉴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고 디지털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는 매개로 활용한다. 그 중에서도 스포츠 분야의 The Athletic(디 애슬래틱)과 테크 분야의 The Information(디 인포메이션)의 유료 구독 모델과 팟캐스트 전략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The Athletic과 The Information은 모두 뉴스 콘텐츠를 유료 구독자에게만 공개하는 수익 모델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신생 미디어들과 다르다. 물론, 스포츠와 기술 분야는 뉴스 소비자들의 유료 콘텐츠에 대한 지불 의사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두 시장의 소비자가 겹치기도 한다. 2005년 스포츠 블로그(SB Nation)에서 출발한 Vox Media는 이 시장의 특징을 파악하고 2011년 테크 전문 매체 Verge를, 2014년 시사 뉴스사이트 Vox를 만들며 미디어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2019년 4월 NBC유니버설의 Vox Media 투자 검토 단계에서 유출된 이 기업의 가치는 10억 달러였다. 뉴욕타임스컴퍼니의 같은 시점 시가총액(21억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우선, 온라인 스포츠 매체 The Athletic은 2016년 설립 때부터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매체는 올해 4월말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20개 이상의 스포츠 전문 팟캐스트를 론칭했다. 스포츠 콘텐츠 시장에서 이들은 팟캐스트로 무엇을 노리는 걸까.

The Athletic은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피트니스 앱을 만드는 스타트업 출신 2명이 공동 창업했다. 이들은 미국 전역에 300명 이상의 스포츠 전문 기자를 두고 월 9.99달러(1년 구독 결제시 월3.99달러)의 구독료를 내는 소비자에게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유료 구독 모델을 서비스 시작부터 적용했다. The Athletic은 높은 구독 장벽(Pay wall) 정책을 고수하는 대신 광고는 전혀 없는 ‘애드 프리(Ad-free)’ 고퀄러티 스포츠 뉴스를 제공한다. “New Standard in Sports Journalism”을 지향한다고 밝힌 이들은 창업 3년 차인 2018년 10월 기준 기업가치 2억 달러의 뉴스 스타트업으로 평가 받았다. 이때 4000만달러(약 4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유료구독자는 10만명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준 높은 스포츠 콘텐츠와 광고없이 깔끔한 모바일 서비스를 무기로 미국 캐나다 지역의 대부분 스포츠와 유럽 축구 등 빅 스포츠 마켓을 다룬다.

The Athletic의 파워는 종목별ㆍ지역별 전문성이 뚜렷한 기자들에서 나온다. 이들의 팟캐스트도 유료 구독자만 들을 수 있다. 각 지역 일간지나 방송에서 경력을 쌓은 기자들이 직접 진행하는 팟캐스트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종목별ㆍ구단별로 담당 기자를 두는 이 매체는 각 팀이 가진 역사와 문화, 경기 기록을 주제에 맞게 요리하며 스포츠 전문 라디오쇼를 만든다. 이 기자들은 스포츠 취재 인맥을 통해 세계 정상급 스포츠 스타나 구단 임원들을 팟캐스트에 섭외한다. 특히 톱 스포츠 스타와의 직접 인터뷰는 스포츠 팬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즐거움을 주는 최고의 콘텐츠다. 인터뷰에 응한 스타들이 자신의 경기력 등에 대한 얘기도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스포츠 종목을 다루는 The Athletic의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나와서 스포츠 팬으로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MLB 내셔널리그 전문 팟캐스트에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출연해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팀(볼티모어 오리올스)이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에 대해 얘기하는 식이다. 타이거 우즈가 올해 4월 11년 만에 PGA 우승을 거머쥔 마스터스 4라운드 경기에 갤러리로 현장을 찾았던 마이클 펠프스는 16번홀 TV 중계 화면에서 우즈 바로 뒤에 서서 응원하다가 방송 카메라에 찍혀 골프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직후였다.

The Athletic 창업자인 알렉스 매더(Alex Mather) CEO는 지난해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와 인터뷰에서 “팟캐스트를 통해 우린 문자를 넘어선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수백 명의 전문 기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 구독자들에게 특별한 스토리텔링과 분석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50개 주(State)별로 연고 팀 팬이 두터운 미국 스포츠 시장의 특성상 지역 특화 스포츠는 다른 경쟁자들도 눈독을 들이는 콘텐츠다. Vox Media 산하 스포츠 네트워크 SB Nation도 미식축구리그(NFL) 30여개 팀별 콘텐츠를 다루는 팟캐스트를 지난해 말 론칭했다. 같은 시장을 놓고 ‘디지털 네이티브’ 매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팟캐스트로 광고 수익을 내는 Vox Media와 달리 유료 모델을 택한 The Athletic의 향후 1~2년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뉴스 콘텐츠의 조건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데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를 취재하는 정보기술 분야 전문 뉴스미디어 중에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곳이 많다. 구글ㆍ페이스북ㆍ애플ㆍ우버 등 전세계 곳곳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거대 테크 기업들을 직접 취재하는 이들은 미국이 아닌 전세계를 상대로 콘텐츠 구독 비즈니스를 펼친다. 대표적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2013년 설립된 유료 정보기술 미디어 전문 미디어 The Information이 있다. 이 매체는 월 39.99달러의 높은 구독료를 내는 구독자에게만 독점적인 정보들을 제공한다. WSJ 기자 출신의 창업자 제시카 레신(Jessica Lessin) CEO는 “그 어디에도 없는 (고급)정보, 돈 주고 볼만한 정보를 팔겠다”는 의지로 설립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인사이더들이 읽는 매체’라고 마케팅하는데,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거나 이 지역 기업들에 관심이 높은 전세계 투자자들과 창업자들은 이 매체를 구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he Information은 구독자에게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관한 다양한 독점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독자에게만 기사 전문을 공개하고, 외부에선 쉽게 알기 어려운 실리콘밸리 톱 기업들의 핵심 임원 조직도(Org Chart)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 ‘누가 지금 이 기업을 움직이는 손’인지 구독자들에게만 알려주는 식이다. CEO가 진행하는 컨퍼런스콜이나 오프라인 컨퍼런스도 철저히 유료 회원들에게만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비구독자에게 오픈된 콘텐츠가 이들의 팟캐스트다. 사운드 클라우드 같은 외부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비구독자도 주1회 업데이트되는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다. 한 주간 가장 화제가 된 기사를 쓴 The information의 기자가 팟캐스트에 나와 사회자와 기사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우버나 아마존 같은 기업에 관한 특종 기사를 쓴 기자가 나와서 내막과 맥락을 설명하는 얘기를 30분 가량 듣고 나면 이들이 이제까지 써온 기사와 앞으로 쓸 기사들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정리하면,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저널리즘 팟캐스트는 그저 새로운 정보를 전하거나 게스트와 호스트의 수다를 중계하는 라디오쇼가 아니었다. 얕은 정보보다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를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에 더 적합한 정보 유통 방식이기도 하다. 수많은 팟캐스트 카테고리 가운데 언론사 팟캐스트가 갖는 강력한 무기는 ‘질문하는 기자’들이 특정 주제를 놓고 깊이있는 해설을 제공하며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채널에서도 계속해서 ‘저널리즘’을 말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해설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정보가 너무 많아 혼란스러워하는 소비자들에게 좀더 친절한 ‘해설’과 더 깊은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낸다면, 뉴스룸이 추구하는 저널리즘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디지털 구독자가 늘어나는 선순환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Ⅲ. 결론 : 해설ㆍ관점이 있는 저널리즘

최근 저널리즘 팟캐스트 열풍은 소비자가 언론에 기대하는 바를 언론사들이 확인했다는 반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단순 뉴스가 아니라, 해설과 관점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뉴욕타임스의 는 특정 사안에 정통한 기자가 소비자들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음성 해설을 제공하며 성공했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기자(또는 언론사)의 관점을 담아 언론사의 입장을 과감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사실 1990년대 웹의 등장 이후 소비자와 시민들은 언론에 해설과 분석을 더 강하게 요구해왔다. 정보의 유통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그 양도 급증하면서 언론사는 점점 정보 전달 속도나 접근성 만으로는 경쟁 우위에 있기 어려워졌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 정보 소비의 플랫폼이 웹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며 언론사의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 이제 기존과 같은 형태의 기사만으로는 언론사가 소비자에게 구독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소비자의 손바닥 위에서 유튜브ㆍ넷플릭스ㆍ스포츠ㆍ게임과 경쟁해 소비자의 시간을 확보해야만 하는데, 소비자들이 텍스트를 읽는 시간은 갈수록 줄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 노력 중인 언론사들이 꾸준히 정보 해설 기능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사 포맷 개발에 꾸준히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령, NYT는 정보 시각화 도구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경제ㆍ사회ㆍ정책 통계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뉴스서비스 을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론칭 당시 에디터를 지낸 데이비드 리온하트 NYT 칼럼니스트는 Brookings Institute(브루킹스연구소)의 해설저널리즘 관련 영상에서 “독자들이 NYT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의 상당수는 Q&A나 비주얼 그래픽 같은 해설적 요소가 충분히 들어간 기사들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더 직접적으로 해설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Vox는 웹ㆍ앱 기반 텍스트는 물론 비디오와 오디오를 넘나들며 소비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Vox 스타일의 해설 저널리즘을 보여준다. 지난해 Vox는 Netflix와 다큐멘터리 시리즈 을 론칭하며 인종별 빈부차, DNA 성형, K팝, 일부일처제 등 이슈별 역사적 맥락과 원인을 분석한 콘텐츠를 내놓기도 했다.

팟캐스트의 가치는 이런 해설 저널리즘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 포맷이라는 점에 있다. 언론사가 ‘누가-무엇을-언제-어디서-왜’에 얽힌 정보를 전달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깊은 해설을 제시할 수 있는 기자들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기회는 새로운 뉴스 소비자들을 구독자(장기적으로는 유료 구독자)로 전환시켜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팟캐스트에서 강조된 해설 저널리즘은 『비욘드 뉴스 : 미래의 저널리즘 Beyond News : Future of Journalism』(2014)의 저자 미첼 스티븐스(Mitchell Stephens) 뉴욕대 아서카터 저널리즘 연구소 교수가 주장하는 ‘지혜의 저널리즘(Wisdom Journalism)’과도 상통한다. 그는 이 책에서 “전통 언론의 5W(Who, What, When, Where, Why) 중 넷(Why를 제외한 나머지)은 이제 온라인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5W는 저널리스트를 위한 5I로 바뀔 때다. 교양있고(informed), 지적이며(intelligent), 흥미롭고(interesting), 통찰력 있으며(insightful), 해석적인(interpretive)의 5I”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의 5W 중에서 Why에 대해 기자들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티븐스 교수는 “5I는 저널리스트에게 더 많은 연구, 지성, 분별력, 그리고 독창성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21세기 저널리스트들은 해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련된 저널리스트가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누구보다 더 많이 알고, 취재원의 말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하며, 취재원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를 해석하고 독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비교적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이 시대에 언론사 기사가 더 깊은 해설과 전망, 관점을 제시할 수 없다면 블로거나 외부 전문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경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해설 저널리즘을 언론사는 어떻게 성취하고 구현할 수 있을까. 디지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사들이 IT 역량을 대폭 강화했던 것처럼 새로운 투자가 필요한 걸까. 아니면 깊은 식견을 갖춘 각 분야 전문가들을 필진으로 영입해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연구자들의 책이나 논문이 아니라, 현장에 있었다. NYT나 Vox, The Information 등의 성공 사례들의 공통점은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기자들, 이들의 끈질긴 사실 확인 노력과 지성적인 분석 같은 탐사보도 역량을 갖춘 제작 시스템이었다. 디지털 시대라서 많은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돼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상당수 중요 정보는 불투명한 채로 남겨져 있고 이를 찾아내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은 상당 부분 기자들의 몫이다. 이런 전문적인 취재 역량을 오디오 같은 새로운 미디어 포맷에 잘 녹여낸 게 NYT 였다. 이 팟캐스트 제작팀도 NYT 편집국의 탄탄한 취재기자들과 제작 역량을 성공의 비결로 꼽는다. 디지털 미디어인 Vox의 에즈라 클라인 편집국장 역시 통계 속 맥락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탐사보도와 비평 역량을 바탕으로 Vox를 이끌고 있다. 해설 저널리즘의 선두주자들은 데이터와 흩어진 사실 조각들을 분석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들이다. 이 기자들의 현장 취재, 끈질긴 사실 확인 역량이 잘 축적된 뉴스룸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치있는 관점과 해설을 제공할 수 있다. 팟캐스트 역시 이같이 언론의 본질에 충실한 취재ㆍ제작시스템과 결합할 때 장기적으로 의미있는 채널로 성장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연수 기간 동안 미국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원로 기자의 강연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세기 미국 저널리즘의 성취로 꼽히는 워싱턴포스트(WP) 워터게이트 보도의 주역인 밥 우드워드(Bob Woodward) 기자는 올해 4월초 UCLA 초청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자들은)현장에 가서 사람들(취재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가짜뉴스 같은 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취재원 집 앞에 찾아가)문을 두드리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파고 들어라”(“Go back to the reporting and bring people closer and closer.” “Ignore the attacks of ‘fake news’. Knock on doors and track down things to see if they are true.”) 기술 플랫폼의 위세에 눌리거나 플랫폼에 길들여진 기자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어서는 진실에 다가갈 수 없다는 원로 언론인의 충고였다.

이런 취재-보도-팟캐스트 간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팟캐스트는 언론사의 구독 기반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뉴스룸 기자들의 취재ㆍ보도가 팟캐스트를 통해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는 동력이 된다면 추구하려는 저널리즘과 무관한 광고, 알고리즘 권력을 휘두르는 IT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으로부터 언론사가 조금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각 언론사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분명해지면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명분도 더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언론사들도 디지털 시장에서 구독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고 있다. 다만 글로벌 뉴스미디어와는 다른 여건에서 구독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언론사들은 최근 포털(네이버)를 통해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언론사 간 브랜드 차별화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포털을 매개로 하는 이상 언론사 자체의 유료 구독 모델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도 분명해 보인다. 고전하고 있는 국내 언론사들에게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기회는 취재보도 조직으로서 각 뉴스룸이 얼마나 차별화된 해설과 관점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고 있다. 동시에 기업으로서 언론사는 소비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그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이를 발전시킬 역량이 있는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