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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식사과 중 변명 유무에 따른 언론사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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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식사과 중 변명 유무에 따른 언론사 반응 CBS 차장 김정훈 연수기관: 위스콘신대

위기에 빠진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은 대국민 사과이다. 하지만 고심 끝에 사과를 한다 하더라도 구체적 방식을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정국을 수습함에 있어 솔직한 잘못의 인정이 나을지, 사과를 하면서도 변명을 하는 것이 나을지 판단하기 어렵다. 본 연구는 대통령(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사과 중 변명 여부가 언론사의 사과 수용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네 언론사(조선, 동아, 경향, 한겨레)의 지면 분석을 통해 실증적 데이터를 제시한다. 연구 결과, 변명이 포함된 사과는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트랜드는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언론사의 태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사과의 원인이 되는 사안의 특성이나 사과의 즉각성 정도는 언론의 보도 태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과와 변명간의 시간적 거리를 두거나 발화자를 달리하는, ‘사과 이후 해명’이라는 단계적 접근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주제어: 위기 수사, 대통령, 사과, 변명, 언론사, ‘사과 이후 해명’
1. 대통령 변명과 언론의 반응

정치적 위기의 해소책으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사과함으로써 위기 상황을 일단락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리더십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시비를 다툴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사과는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시인하는 것으로 여겨져 정치적 공세를 자초할 수도 있다. 특히 여론의 부정적 초기 반응이 범국민 여론으로 확산돼, 대통령 사과가 헌정 유지 자체에 심대한 타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여러 불확실한 요인들을 고려해 볼 때 대통령의 사과는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고 사과의 담론 역시 전문가 참모들의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반영한다.
문제의 중요성에 비해, 정치적 사과에 대한 연구가 미미하다는 지적은 이미 십여년 전부터 제기되고 있다(Harris, Grainger, & Mullany, 2006). 더욱이 대통령 사과와 언론의 반응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국내에서 그 사례를 찾기 어렵고, 사실상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논문(이귀혜, 2007)도 대통령의 위기 대응 수사를 유형화하는 데 그쳐 대통령 사과가 언론에 끼치는 영향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대통령제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의 선행 연구들 역시 개별 사건에 연루된 당시 대통령의 특수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Harter, Stephens, & Japp, 2000; Lawrence & Bennett, 2001 [각각 터스키기 실험과 르윈스키 스캔들에 대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과와 미디어 반응]; Shepard, 2009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의 고문에 대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사과와 여론]), 그 밖의 연구에서도 사과를 포함한 복합적 위기 대응 수사의 유형들을 부각하고 있을 뿐이다(Huang, 2006). 순수한 대통령 사과 담론과 미디어 반응에 대한 체계적 지식은 아직 요원한 모습이다.
본 논문은 대통령의 사과가 언론들의 초기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특히, 대통령의 사과에 변명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가 언론들로부터 어떠한 평가를 유도하는지 알아본다. 대통령 개인의 성향이나 특수성을 배제하고 변명 포함 여부 자체의 영향력을 관찰하기 위해 최근 다섯 개 행정부(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동안 이뤄진 대국민 사과와 네 개 언론(조선, 동아, 경향, 한겨레)의 반응을 내용 분석한다. 본 연구는 문민정부 수립 이후 최근까지 대통령의 공적 사과 일체를 전수조사 한다는 점, 그리고 진보와 보수 매체의 반응을 모두 살펴본다는 점에서 대통령 사과 후 여론 지형을 포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후에서는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와 그 극복 수단으로서 수사의 기능, 언론의 현실 재구성 역할, 그리고 언론과 대통령간의 관계에 대해 논의한다. 연구문제의 추론, 연구 설계, 데이터 분석과 결과, 그리고 본 연구의 함의와 제한사항에 대한 토의가 그 뒤를 잇는다.

2. 문헌 연구
1) 대통령의 위기와 위기대응 수사(修辭)

위기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나 유사하다. 학자들의 연구 분야에 따라, 위기는 추구하는 목적 달성을 저해하는 위협(Herman, 1972), 회사/조직과 관련된 상품/서비스/명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일으키는 사건(차희원, 2002; Fearn-Banks, 1996), 미래의 이익이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건(Lerbinger, 1997) 등으로 정의된다. 위기가 되는 사건들의 종류 역시 사건의 고의성과(자연재해, 사고, 의도/조작된 사건) 신속성,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 등에 따라 더 세세히 분류되기도 한다(Linke, 1989; Newsom, Turk, Kruckeberg, 2012). 정치적 맥락에서 이해하면, 국가수반으로서의 위기는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신뢰나, 능력있고 깨끗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실추를 야기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현 정부의 세월호 침몰 사건(신속하고 효율적인 사고 대처 실패)이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측근 비리), 김영삼 정권 때의 쌀 시장 개방(공약 파기)과 IMF 외환위기(정책 실패) 모두 대통령으로서는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의도되었든 그렇지 않든, 대통령의 정치적 행동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건으로, 대통령으로서 추구하는 이미지(idealized self)와 대중에게 실제로 비춰진 이미지(reflected self)가 크게 어그러졌다면, 그것은 대통령에게 위기가 되고, 대중에게 투영된 이미지를 향상시켜 명예회복을 원한다면, 일차적으로 위기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위기 상황에서 수사의 중요성은 특히 정치 영역에서 거듭 강조된다(Arendt, 1965). 효과적인 수사 활용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도 있다는 믿음에서다(박태열, 2006; 차희원, 2002). 위기 극복을 위한 수사의 종류는 학자마다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유사한 점이 많다.
Benoit(1995)은 위기 대응 전략으로서의 수사를 크게 다섯 가지 종류로 나눈다; 부인(Denial), 책임 회피(Evading of Responsibility), 사안의 심각성 축소(Reducing Offensiveness of Event), 사태수습(Corrective Action), 그리고 굴욕을 감수하고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Mortification). Coombs(1999) 역시 이와 유사하게 비난자에 대한 반격(Attack Accuser), 부인(Denial), 변명(Excuse), 정당화(Justification), 환심 사기(Ingratiation), 사태수습(Corrective Action), 그리고 온전한 사과(Full Apology)로 위기 대응 수사를 구분한다. Ware & Linkugel(1973)은 위기 대응 수사를 자기 방어 전략에 국한하여, 부인(Denial), 호감의 대상이나 개념과의 동질(Bolstering), 이슈의 차별화(Differentiation), 그리고 이슈의 확장(Transcendence)으로 더 세분하고 있다.
이렇게 분류된 개념들 가운데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위기시 부인이나 회피를 통한 자기방어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김춘식, 김관규, 이영화, 2008),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정치적 위기도 많다. 잘못이 명백히 드러나거나 비난의 강도가 임계점을 넘어 더 이상 책임을 미룰 수 없을 때가 그 예이다. 이 경우 방어에 급급하기보다 사과하며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상책일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의 위기 대응 수사 유형을 분석한 연구(이귀혜, 2007)를 보면, 정당화와 함께 굴욕을 감수하는 참회 전략 역시 폭넓게 사용되는 현상도 발견할 수 있다.

2) 위기 대응 수사로서의 사과와 변명

사과란 공격자에게 발화되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비판을 감당하겠다는 의지의 명시적 표현(Harris, Grainger, & Mullany, 2006)인 반면, 변명은 행위자와 부정적 결과 사이의 우연성을 강조하여 자신의 책임을 분산시키거나 비난의 부당성을 어필하는 것으로 정의된다(McGraw, 1991). 두 발화 행위는 정의상 질적으로 다른, 어떤 의미에서는 상충될 수 있는 것이지만, 실제 스피치에서는 종종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과문에는 잘못에 대한 인정과 뉘우침 뒤에 해명을 통해 비난을 최소화 하려는 시도가 뒤를 잇는 것이 보통이다(백진숙, 2006). 이러한 이유로 서양 수사학에서는 사과(Apology)와 변명(Apologia)을 따로 구별짓지 않고 하나의 개념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있다(Kramer & Olson, 2002).
깔끔하게 사과만 할 것인지, 아니면 그 뒤에 변명을 더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아직 없는 듯하다. 따라서 사과를 선택해야 하는 정치인이 대통령이라면 고민은 더 깊어진다. 대국민 사과로 위기 수습은 고사하고 리더십에 치명적 타격을 받아 권력 자체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영민 등(2013)은 특히 사과에 ‘진정성’이 결여되었다는 국민적 공감이 형성되는 경우, 대통령의 기본 도덕성에까지 타격을 주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급한 사과는 대통령의 리더십의 훼손을 넘어 국가 운영에 심대한 차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과의 형태와 담론 방식을 두고 대통령이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행 연구들 대부분은 변명 없는 사과를 선호한다. Benoit과 Brinson(1994)은 당사자가 컨트롤할 수 있었던 사안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사과와 사태수습이 적절한 대응이라고 적시한다. 김영욱, 박소훈 그리고 차희원(2004)은 사과와 같은 수용적 전략이 특히 집단주의적 성향의 한국문화가 선호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윤영민과 최윤정(2009)도 사과가 위기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백영민, 조윤경, 노경래, 이원혜(2013)는 가상 실험을 통해 변명보다는 정당화가, 그리고 정당화보다는 참회 전략이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군더더기 없는 솔직한 사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잘못에 대한 사면을 얻어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위의 논지들은 (비)정치인 일반에 대한 관찰이거나 이론적 주장에 불과하며,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사과 중 변명 여부에 따라 언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본 논문은 최근 다섯 정권(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노무현, 박근혜)의 사과 메시지와 네 개 언론(조선, 동아, 경향, 한겨레)의 사과 직후 지면의 내용을 분석하여 그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언론의 반응을 종속변인으로 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지난 정권에서 내놓은 사과 메시지에 대한 국민 개인들의 반응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과 내용 자체를 또렷이 기억하기 어렵고, 기억한다 하더라도 그 기억은 그간 있었던 수많은 정치, 경제적 이슈에의 노출로 인해 각색되었을 확률이 높다. 두번째 이유는 대통령의 수사가 대부분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특히 언론은 정보를 나름의 시각을 통해 각색하여 전달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사과에 대한 일반 국민의 반응은 언론이 특정 프레임(Lakoff, 2004)을 통해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한 현실(Berger & Luckmann, 1966)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직접 정보를 확보할 능력이 없는 대중은 언론이 지속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을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문성준, 김진국, 김인희, 2008).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역시 언론의 보도 태도에 좌우되는 경향(West, 1991)이나 정책결정자와 기자들이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이유(Sigal, 1973)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사과로 응답하곤 하지만 논란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다. 사과 이후 정치적 언론은 각자의 관점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재구성된 현실은 정치 지형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박현식, 김성해, 2014).
대상 언론사를 두 개의 보수지(조선, 동아)와 두 개의 진보지(경향, 한겨레)로 나눈 것은 언론사가 정치 이념적 차원에서 비교적 고착된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고영신, 2007). 언론사가 특정 정권에 대한 정파적 입장에 따라 보도 대상이나 태도를 달리하는 편집관행이 존재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이재경, 2004). 따라서 언론사와 대통령 사이 정파적 유사성 여부에 따라 대통령 사과 보도의 방향 자체가 달라질 개연성이 있고, 이에 따라 뉴스 수용자들의 인식 속에서 재구성될 대통령의 사과 후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3. 연구문제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가 주로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문비치·이유나, 2009). 본 연구는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어, 대통령 사과에 변명이 수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언론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본다. 두 변인간 관계의 일반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각각의 사과문이 어떠한 특정 컨텍스트에서 나온 것인지도 별도 코딩하여 통계적으로 컨트롤(covariate analysis)하기로 한다. 지면을 통해 비교적 쉽게 포착할 수 있는 부대 정황은 (ㄱ)위기의 원인이 되는 사안이 무엇이었는지(정치, 경제, 사회, 측근비리, 공약파기, 재난, 개인차원 책임) 그리고 (ㄴ)사과가 얼마나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두 가지였다. 특히 후자에 대한 관찰은, 선행 연구간 사과의 즉각성에 대한 견지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Benoit, 1995; 윤영민·최윤정, 2008) 그 의미가 있다. 이상의 논의에 따라 추출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 연구문제 1: 대통령 사과에 변명이 포함됐는지 여부에 따라 언론 반응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 연구문제 2: 두 변인간 관계는 사안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가?
  • 연구문제 3: 두 변인간 관계는 사과의 즉각성에 따라 달라지는가?
  • 연구문제 4: 대통령 사과의 변명 여부에 따라 언론사별 반응에 차이가 있는가?
4. 연구방법
1) 자료 수집

분석 대상은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2017년 2월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기 전까지 이뤄진 42건의 공식 사과 이날 출간된 네 언론사(조선, 동아, 경향, 한겨레)의 지면 전체다(N = 168). 사과의 의미를 포함한 키워드(‘대통령’과 함께 ‘사과’, ‘사죄’, ‘책임’, ‘유감’, ‘잘못’, ‘반성’, ‘송구’, ‘부덕’, ‘미안’, ‘면목’, ‘죄인’ 등의 키워드를 함께 검색)를 활용해 기사통합검색 서비스(Bigkinds; 한국언론진흥재단 2017)와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네이버, 다음)를 교차 검색하여 해당 기간 중 대통령 사과 사례 42건을 추출하였다. 구체적인 사과의 내용과 사과의 방식은 기사는 물론 각 정부별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하였다(샘플에 포함된 사과 사례는 표1을 참조).
김영삼 정부 이전 사례를 연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정부수립 직후에는 각종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아 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정착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박정희에서 노태우까지 이어지는 군부 출신의 집권기 역시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할 필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권위주의 통치시기에는 대국민 사과의 요구도 높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언론 자유의 정도도 높지 않아 그 반응을 분석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대통령의 사과 이후 미디어에서는 수일에 걸쳐 그에 대한 분석과 반응을 기사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제기사를 내용 분석할 경우 각 언론사 반응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사하는 횡적 연구(longitudinal study)가 가능하지만, 그 경우, 분석 대상에 포함된 기사들이 대통령 사과 당시의 정치 상황뿐 아니라 차후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나 언론의 향배에 따라 그 논조가 희석되거나 악화되어(history effect; Cook & Campbell, 1979) 각 신문사만의 특징적 반응을 분석하기 어려워진다. 언론사들의 반응이 대통령 사과 자체에 대한 것인지, 그 후에 발생한 다른 사건으로 인해 재해석된 것인지 그 경계가 희미해질 경우, 본 연구에서 추론할게 될 결과의 타당성(internal validity)이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연구에서는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튿날 출간된 네 언론사의 지면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마흔 두 건의 대통령 사과에 대한 네 언론사의 반응이므로 총 168개의 신문지면 전체가 분석 대상이 되었다.
사과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꼽은 네 개 신문의 기사들은 유료 신문 스크랩 서비스와 포털사이트, 그리고 각 신문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PDF 보기 서비스를 통해 확인하였다. 위 경로를 통해서도 확보하지 못한 기사들은 국회도서관 마이크로필름 서고에 보관된 신문에서 찾았다.

2) 분석 단위, 유목, 코더간 신뢰도

언론 반응의 분석 단위는 대통령 공식사과 이튿날 네 언론사에서 발행한 신문지면 전체이다. 개별 기사 검토를 토대로 언론사의 지배적 논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편집국장과 데스크간의 협의 과정에서 어떤 사안을 보도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 또 보도한다면 어느 정도 비중으로 보도할 것인지가 정해지긴 하지만 일반 기사들이 결과적으로 자자구구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는지는 언론사의 논조와 궤가 다를 수도 있다는 전제를 감안한 판단이다. 해당 사안의 보도 여부와 비중이 언론사의 의도된 대응 방식을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볼 때, 신문지면 전체를 내용분석하는 것이 해당 언론사의 논조를 파악하는 데 개별 기사보다 우월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각 분석 유목은 다음과 같다.
(1) 대통령 사과 코딩 유목: 변명의 포함 여부, 사안의 성격, 사과의 시점
가. 독립변인
대통령 사과 메시지 가운데 변명이 포함됐는지 여부에 따라 사과 사례를 나눈다. 부정적 결과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분산시키려 하거나 비난이 부당함을 주장하는 행위가 변명이라는 McGraw(1991)의 정의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스스로 면책하려 하거나 책임을 덜기 위해 꾀하는 모든 자기방어적 발화 행위를 변명으로 간주하였다. 억울한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했다 하더라도 이 역시 변명에 포함시켰다. 자기 방어적 메시지 자체만으로 어떤 것이 해명인지, 설명인지, 혹은 변명인지 구분 짓는 것이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 구분은 메시지 수용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메시지를 코딩해야 하는 경우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대통령의 메시지가 –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해명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설명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 공식 사과와 동반된다는 객관적 사실이다. 설명은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것이, 그리고 해명은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이며 사과와 개념상 병행되기 힘들다. 일단 사과를 했다는 사실이, 그 뒤에 따르는 메시지의 성격을 변명으로 규정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는 서양 수사학에서 종종 사과와 변명을 구분치 아니하고 하나의 개념(apologia)으로 이해하는 이유이다 (Kramer & Olson, 2002).
가령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국정원 증거 조작과 세월호 침몰 참사 등으로 사과를 할 당시에 모두 공직사회 내의 ‘적폐(積弊)’를 강조하며 책임을 시스템에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후자의 사건 전문에서 “선박 부실관리, 과적 승선, 승무원 훈련 미실시 등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면 20년전 서해 훼리호 사고때와 다를 바가 없는데…,” 혹은 “…공직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공직자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국민들이 공무원들의 무책임과 의식에 분노하고 있지 않습니까” 등의 언급이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월 부동산 대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사과를 하면서도 경기 악화 지적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변명하였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상득, 최시중 등의 측근 비리를 두고 사과하면서 변명을 하거나 정당화를 꾀하지 않고 사과를 끝냈다. 사과 전문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어쩌면 그건 전적으로 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와 같은 언급이 대부분이고,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위에서 제시한 정의와 기준을 바탕으로, 해당 사과 전문에 변명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1, 없으면 0으로 코딩하였다.
나. 통제변인
각 사과건에 대해 해당 사안의 성격이 정치적(국정원 증거조작, 박근혜, 2014년 4월), 경제적(동남권 신공항 계획 수정, 이명박, 2011년 4월), 혹은 사회적인 것인지(태풍 피해중 공연 관람, 노무현, 2003년 9월) 각각의 카테고리에 대해 ‘그렇다’ (1), ‘아니다’ (0)로 코딩하였다. 또 사과의 원인이 되는 것이 측근비리였는지(청와대 부속실장 비리, 김영삼, 1996년 3월), 공약 위반/파기였는지(기초연금 축소, 박근혜, 2013년 9월), 자연재해 및 재난(세월호 침몰 참사, 박근혜, 2014년 4월)이었는지, 대통령의 개인 문제였는지(최순실 국정 농단, 박근혜, 2016년 10월) 역시 ‘그렇다’ (1), ‘아니다’ (0)로 코딩하였다. 코딩 유목들이 상호배타적이지 않아 한 사과건이 여러개의 코딩 유목에 동시에 해당되는 경우도 잦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계획 수정후 사과의 경우, 경제와 사회 이슈 두 가지 모두로 분류되었으며, 이유는 대통령의 공약위반으로 보았다.
주저자가 무작위로 추출된 열 개의 사과문에 대해 위의 프로토콜을 토대로 코딩을 먼저 실시한 뒤, 프로토콜을 숙지한 코더가 동일한 텍스트를 코딩하도록 하였다. 코더간 불일치가 일어난 유목들에 대해 토의 및 재교육을 실시한 후, 나머지 32개의 사과문 전체를 주저자와 코더가 독립 코딩하였다. 코더간 신뢰도(Cohen’s Kappa)는 각각 .83 (변명 유무), .81 (정치), .72 (경제), .68 (사회), 1.00 (측근 비리), .93 (공약 위반/파기), 1.00 (자연재해 및 재난), .80 (개인사)로 다소 낮은 분야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Kim, 2017 참조). 독립 코딩 후 코더간 불일치가 나타난 유목은 다시 토의, 수정을 거쳐 분석에 이용되었다. 사과의 즉각성은, 사과의 원인이 되는 사건의 첫 보도 시점부터 대통령의 사과 보도 시점까지의 시간적 거리를 일(日) 수로 측정했다.
(2) 언론사 반응
구체적 분석 항목은 (가) 사설의 논조와 (나) 일반 기사를 통한 명시적 비판 여부, 그리고 (다) 반대 집단(야당 및 연관 단체)의 반응 보도 강도 세 가지를 꼽았다.
가. 사설
사설은 일반적인 기사와 달리 각 신문의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다는 점에서 핵심 분석 대상이다. 대통령 사과 이튿날 발행된 네 개의 신문에서, 이를 보도하는 사설이 대통령을 향한 비판적 태도를 유지, 강화하려는지(+1), 긍정이나 부정 등 편향된 태도를 유보하고 향후 변화를 지켜보려고 하는지(0), 아니면 대통령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논란의 종결을 의도하는지를(-1) 판단하여 코딩하였다. 대통령 사과에 초점을 맞춘 사설이 실리지 않았을 경우는 유보 관망(0)으로 간주하였다.
실례로 2008년 6월 19일,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두번째 사과를 놓고 언론은 사설을 통해 제각기 다른 평가를 내렸다. 경향신문은 [대국민 사과만으론 민심 돌릴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회견에 알맹이를 채울 수 없는”, “진정성이 의심된다”,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며 비판적 태도를 유지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반대로 동아일보는 [다시 시작하겠다는 대통령 지켜보자]는 사설에서 “그동안의 민의를 수용”,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이 정부가 하는 일을 지켜보자”는 언급을 통해 사과의 수용과 논란의 종결을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보며]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은 “쇠고기 파동의 수습과 청와대 개편, 개각까지 이어지는 길지 않은 기간에 이명박 정권의 운명이 달려 있다”,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를 운명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하며 구체적인 평가를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여타의 사설을 분석하면서도 ‘기대에 미흡’, ‘…가 빠져’,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방적 사과’, ‘안이한 태도’ 등의 내용을 담았다면 비판의 유지 강화로 분류하였고, ‘민의를 수용’, ‘또다른 당면 과제가 중요’, ‘냉정을 찾아야’, ‘더 이상 논란 불필요’ 등의 내용을 담았다면 사과의 수용과 일단락으로 분류하였다. 사설이 ‘앞으로가 시험대’라는 의미를 담거나 신문이 사과의 의미를 평가하는 사설을 싣지 않았다면 유보 관망으로 판단하였다.
위의 코딩 프로토콜은 주저자가 현재의 샘플에 포함된 168개의 신문중 무작위로 약10% (n = 12) 를 채집하여 숙독한 후 개발하였다 (총 168개의 신문중, 61개의 신문은 사과를 주제로 한 사설을 싣지 않았다). 이후 다른 한 코더로 하여 프로토콜을 숙지하도록 하고, 나머지 샘플에서 다시 무작위로 추출된 사설(n = 20)을 주저자와 코더가 독립적으로 코딩하였다. 코더간 신뢰도가 양호하다고 판단하고(intraclass r[18] = .86), 나머지 사설들은 트레이닝을 받은 코더가 코딩하였다.
나. 일반기사
일반 기사를 대상으로는 대통령 사과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는지 여부를 분석하였다. 대통령 사과를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 안에서든, 별도의 분석 기사를 통해서든 비판을 시도하였는지 살펴보았다. 예를 들어 2014년 4월 2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첫번째 대국민 사과에서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 “모든 적폐 다 도려낼 것”], [유족들 “대통령의 자식이기도…” 절규] 등의 기사를 실었지만 사과 메시지 자체에 대한 부적절성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조선일보 역시 [박 대통령 “집권 초에 적폐 못 잡은 게 한”…세월호 참사 사과], [박 대통령 “민관 유착, 공직 철밥통 완전히 추방”]등의 기사에서 대통령의 조치를 강조했을 뿐이다. 반대로 한겨레는 [유족 앞에선 사과 않고 국무회의서 “사죄”]라는 기사에서 직접 사과에 나서지 않은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고 [성난 민심에도 ‘내탓’ 언급은 없어]라는 기사에서도 사고의 원인을 밖에서만 찾는 대통령의 자세를 힐난했다. 경향신문도 [13일만의 사과] 기사에서 사과의 시점이 지체된 점을 꼬집고 [국민 앞에 안 서는 대통령…’권위주의 리더십’ 한 단면] 기사에서 역시 간접 사과에 그친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
현재의 코딩방식에 따르면, 사과 자체의 형식이나 내용을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비평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기사의 유무를 따진다. 대통령 사과에 대한 의견을 일과적으로 제시하고 다른 연관 이슈로 흘러가는 기사는 코딩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당 신문의 지면 전체에서 대통령 사과 자체에 대한 체계적 비판을 주목적으로 하는 기사가 있으면 1, 없으면 0으로 코딩하였다. 2014년 5월 1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두번째 사과 직후 한겨레는 [박 대통령 ‘눈물의 사과’했지만…국정 운영은 역주행] 기사를 통해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질의응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청와대의 성찰과 자기 반성이 없다’고 지적했는데 바로 체계적 비판을 주목적으로 하는 기사의 대표적 예다.
프로토콜의 개발과 코더 트레이닝은 위의 사설 코딩 때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샘플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신문(n = 20)을 독립 코딩한 후 평가된 코더간 신뢰도는 Cohen’s Kappa = .81로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다. 반대 집단(야당 및 관련 단체)의 반응 보도 강도
마지막으로 대통령 사과에 대한 반대 집단의 반응을 어떻게 보도하는지 살펴보았다. 위기에 처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라는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다 해도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을 비롯한 비판 세력이 이를 선뜻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공식 비공식 입장을 발표하거나 향후 투쟁계획을 밝힘으로써 공세의 고삐를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은 판단에 따라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기도 하고 소극적으로 다루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위기 상황에 대한 언론의 기대 섞인 전망을 유추할 수 있다.
가령 2007년 1월 23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불황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 것을 두고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노 대통령 신년연설 ‘맹공’] 제목의 독립된 기사를 통해 야당의 부정적 반응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노 대통령 신년 특별연설] 기사 속에 각 당의 반응을 섞어 보도한 경향신문이나 사과에 대한 반대 세력의 반응을 언급하지 않은 한겨레와는 차이를 나타낸다.
이처럼 반대 집단의 반응을 적극 보도하는 별도의 기사가 신문지면 전체에 하나라도 있으면 2, 별도의 기사 없이 반대 집단의 반응을 다른 내용과 섞어 보도하는 일반 기사가 있으면 1, 어떤 형태든 반대 세력의 반응을 보도하는 기사가 신문지면 전체를 통틀어 하나도 없다면 0으로 코딩하였다. 무작위로 스무개의 신문을 추출하여 주저자와 트레이닝을 받은 코더가 독립 코딩을 실시하였다. 코더간 신뢰도는 intraclass r(18) = .83으로 양호했다.

5. 연구결과

우선 전체 데이터를 포괄하는 모델(saturated model)을 분석하여 각각의 대통령 사과 관련 변인들이 미디어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살펴보았다. 대통령의 변명 유무를 독립변인으로, 대통령 사과 발화의 컨텍스트를 제공하는 사과의 사안 (정치 문제, 경제 문제, 사회 문제, 대통령 측근 비리, 재해 및 재난, 공약 수정 및 미집행, 대통령 개인사) 과 사과의 즉시성을 통제변인(covariates)으로, 그리고, 네 개 언론사(조선, 동아, 경향, 한겨레) 신문의 반응(사설의 논조, 기사 속 명시적 비판 여부, 반대 세력의 반응 보도 강도)을 종속변인으로 삼았다.
다변량 분석(Multivariate Analysis of Covariance)결과, 사과의 사안과 즉시성을 통제했을 때, 대통령이 사과 중 변명을 하였는지 여부가 언론사 반응 전반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Wilk’s λ = .71, F[12,16] = 3.28, p = .02). 통제변인들이 미디어 반응에 주는 영향력은 통계적으로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다(p > .05). 이러한 결과는, 대통령의 변명 여부가 언론사 반응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은 발화의 컨텍스트를 이루는 사안의 종류나 사과의 즉시성에 간섭받지 않음을 시사한다. 다시말해, 관련 사안이 정치적 이슈였든 혹은 경제적 이슈였든, 또는 사과가 얼마나 빨리 이루어졌는지에 관계없이, 대통령의 변명 여부만이 언론사의 반응을 리드한다고 볼 수 있다.
이어지는 일변량 분석(Analysis of Covariance) 결과를 보면 변명을 하였을 때, 하지 않았을 때보다 미디어의 반응이 대체로 더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패턴은 특히, 네 언론사 전반에 걸쳐, 일반기사에 나타나는 비난 정도와 반대 세력의 사과 폄하 보도 강도에서 주로 나타났다. 일반기사의 경우, 대통령의 변명 여부에 따른 반응차는 조선 (M변명함 = 0.43, SD변명함 = 0.507, n변명함 = 21; M변명안함 = -0.06, SD변명안함 = 0.243, n변명안함 = 17; F(1, 27) = 13.79, p .05), 같은 트렌드가 사안의 종류에 관계없이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변명 여부의 미디어에 대한 영향을 대통령별로 관찰해 보았다. 대통령 사과가 상대적으로 드문 사건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대통령별로 나누면 샘플 크기가 작아져 여기서는 기술통계 결과만을 제시하기로 한다. 샘플 크기가 작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재의 테스트는 대통령 개인의 특색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추론 통계를 통한 미디어 반응의 일반화는 무의미할 것이다. 언론사 반응을 측정하는 아이템 중 대통령의 사과를 기사화하였는지의 여부는 이전 분석에서 변명 여부와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하였다.
박근혜 정부를 포함한 지난 다섯 정권의 사과 횟수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11회로 가장 많았고, 노무현과 김영삼 대통령이 각각 9회, 이명박 대통령이 8회,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5회를 기록했다. 도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과에 변명을 더하는 비중은 노무현 대통령 89%, 박근혜 대통령 70%, 이명박 대통령 50%, 김영삼 대통령 44%,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20%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변명이 언론사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각 행정부 별로 보면(도표3 참조) 크게 네 가지 특기할 만한 패턴이 눈에 들어온다. 첫째, 이전 분석 결과에서 확인한 것과 같이, 대통령의 변명이 언론으로부터 부정적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은 모든 대통령들에게 공히 나타났다. 대통령의 사과를 위시한 언론들의 정부 비판은 정권의 특성과 관계없이 대체로 일관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특정 정권이나 언론사의 성향에 관계없이 대통령의 사과중 변명은 해당 이슈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보다, 반대 세력의 반론 보도 강화로 연결되는 경우가 큰 것으로 보인다. 셋째, 도표3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총 40건의 분석 대상 중 5건을 제외하고 네 언론사 모두, 정권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대통령의 사과에 변명이 있었을 때, 없었을 때에 비해, 더 비판적이었다. 또한 조선과 한겨레의 비판정도 역시 전 정부에 걸쳐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트렌드는 상식과는 조금 다른 현실을 적시한다. 대통령의 대응 방식에 관계없이 언론사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어긋나는 대통령에 대해 더 비판적일 것이라고 추측하기 쉽지만, 본 연구는 그러한 통념이, 최소한 대통령 사과와 변명의 영역에서는, 현실과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넷째, 노무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언론사로부터 비판을 덜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과 중 변명을 하지 않았을 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로부터 전혀 비판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관찰은 사과 당시의 컨텍스트와 연관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사과시 변명을 하지 않은 유일한 때는 탄핵소추안이 국회 표결을 바로 앞둔 시점이었다. 그때 ‘여하간에 미안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내보낸 것인데, 이미 사태는 대통령의 사과에 관심조차 두지 않을 때라 조선과 동아는 이날의 사과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비판을 하지 않았다기보다 무시한 것일 수도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현재의 데이터 분석은 추론통계가 아닌 기술통계를 토대로하므로 일반화에 한계가 있음을 밝혀둔다.

6. 연구의 함의 및 제한사항

이상과 같은 논의로 볼 때 정치적 위기에 몰린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한다면 변명의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 게 오히려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온전한 사과와 반성의 메시지만을 담아 사과의 뜻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당장의 변명이 대통령에게 이롭지 않은 것은 야당이나 비우호적 언론 등 정치적 공격자의 존재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통령이 가진 권력을 약화시키려는 속성을 갖고 있고, 대통령이 사과까지 해야 하는 극단의 위기 속에서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려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온전한 사과 이외의 변명과 정당화는 또다른 비판의 좋은 빌미가 될 뿐이다. 정치적 공격자는 변명과 정당화 전략 속에서 어떻게든 사실과 맞지 않는 점, 모순되는 점, 부족하거나 미흡한 점을 찾아낼 노력을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백기투항 방식의 사과는 회복하기 어려운 권력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온당한 설명과 정당화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경우 온전한 사과 이후 시간차를 두고 전달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수 있다. 이귀혜(2007)는 “진솔한 사과 표현은 굴욕감수라기보다, 잃었던 대통령의 에토스를 회복하고 청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파토스의 기능을 하며, 이를 통해 대통령을 실질적으로 임무로부터 사면해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이 견해가 맞다면 온전한 사과 이후 여론은 ‘일단락’의 태도를 보일 확률이 높으며, 나아가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기류는 온정적 기류로 변화할 수 있다. 그 시점과 이슈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시점, 즉 사과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변명과 정당화 전략(‘사과 후 변명’)을 활용한다면 리더십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과는 여러 차례 나눠하는 것보다 단박에 끝내는 것이 낫다는 견해(Benoit & Brinson, 1994)와 동일한 사안에 대한 대응도 상황에 따라 나누어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Kramer & Olson, 2002)이 혼재한 가운데, 이번 연구는 단계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그 후자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변명과 정당화도 가급적 대통령이 직접 표현하지 않는 게 나아 보인다. 앞서 있던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염려를 피하기 위해서는 스핀닥터(spin doctor)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그가 브리핑을 수행하게 하거나 보도자료를 내도록 할 수 있고, 때로는 특정 언론에 관련 사실을 전해 보도케 함으로써 객관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변명과 정당화가 온당해야 한다는 점은 전제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리더십의 제2, 제3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와 같은 단계적·다차원적 대국민 사과를 효과적 사과 모델로 제안해보지만 이는 경험적 연구 결과로 뒷받침돼야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에 대한 후속 연구를 기대해본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효과를 분석함에 있어 여론의 반응을 직접 파악하지 않은 것은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 남는다. 대통령 사과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데이터화 되어있지 않다는 점, 과거 정권의 특정 사과 발언을 정확히 기억하기 힘들다는 점, 기억을 하고 있다 하더라고 이후의 정치 이벤트 등에 의해 그 기억이 왜곡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는 점(history effect; Cook & Campbell, 1979), 현재의 사과라 하더라도 일일이 설문조사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네 개 주요 신문의 논조 파악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결정은 대중은 언론이 제공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객관적 시각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이전 연구(문성준·김진국·김인희, 2008), 그리고 언론이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 기사를 반복 생산할 경우 대중이 갖는 대통령의 이미지도 우호적으로 바뀐다는 앞선 연구 결과(West, 1991) 등, 미디어 강효과 이론들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럼에도 미디어 효과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에서 확인한 연구 결과를 일반 여론으로 유추하기에는 그 타당성에 한계가 있다. 현재의 데이터 해석은 언론사와 여론의 높은 상관관계를 가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정이 여전히 확률적인 것이기 때문에 언론사 반응을 여론으로 간주하는 것은 분명 확대해석의 우려를 남긴다. 또한 미디어 반응을 대통령 사과 이튿날 신문에 국한해 계량화함으로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동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여론지형의 변화상 역시 살펴볼 수 없었다.
사과에 대한 인식은 문화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령 함께 대통령제를 받아들였음에도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수시로 사과를 요구받고 사과를 하기도 하지만, 미국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20세기 최대의 정치 스캔들이라고 하는 워터게이트 사건에서조차 당시 닉슨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은 채 자진 사임했을 정도로 대통령의 사과 자체가 드문 일이다. 현재의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 정치문화의 특수성만을 반영하는지, 혹은 다른 국가의 정치 상황에도 일반화가 가능한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사과를 포함한 큰 범주의 위기 극복 수사가 국가별, 문화별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실증적으로 검토하여 본 논문에서 제안하는 사과 전략의 일반화 가능성을 테스트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선택한 행위와 부정적 결과 사이의 필연적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방식, 또 부정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산하거나 전이시키는 방식 등으로 변명의 유형은 다양하게 구분된다(McGraw, 1991). 본 연구에서처럼 변명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떠나, 어떻게 변명했느냐(speech act)를 내용분석하고, 각각의 수사법이 미디어에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알아본다면, 대통령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는데 더 적절하고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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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대통령 대국민 사과의 사례 (N = 42)
표 2. 기술 분석 및 가설검증 결과

도표 1. 대통령의 변명 여부에 따른 신문사별 비판 정도. 일변량 분석에서 얻은 F(1, 27)값은 막대그래프 상단에 표기. * p

도표 2. 대통령별 사과에 변명을 더한 비중

도표 3. 변명 여부에 따른 신문사별 비판 정도

Media Response to Presidential Apology Including vs. Excluding Excuses

Junghoon Kim
Deputy General Manager
Christian Broadcasting System (CBS)
Sang-Yeon Kim
Associate Professor
Department of Communication
University of Wisconsin-Milwaukee

This study examines media response to presidential apologies including versus excluding excuses. A content-analysis was conducted on the news articles (Chosun, Dong-A, Kyunghyang, Hankyoreh) published the day after a formal presidential apology. The sample frame covered all official apologies made by five former presidents (Young-Sam Kim, Dae-Jung Kim, Moo-Hyun Roh, Myung-Bak Lee, and Geun-Hye Park who has recently been impeached and prosecuted). Results show that making excuses is more likely to incur negative reactions from the media irrespective of their known political stance, the subject matter, and the immediacy of the apology. This tendency appeared more pronounced in their attempts at publicizing the criticism from the opponent parties and/or social organizations against the administration. A two-step phase strategy entitled the ‘apology-then-excuse’ is discussed as a potential alternative that may help lessen the media criticism while still allowing to make excuse.

Keywords: risk communication, presidential apology, excuse, media, apology-then-exc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