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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에 따른 글로벌 부채 위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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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에 따른 글로벌 부채 위기 가능성 서울경제 차장 이혜진 연수기관: 런던시티대 석사과정
서론

금융위기 직후 전세계적으로 부채 축소가 진행되었지만 이후 초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부채 규모는 다시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의 경우 금융부실의 원인이었던 가계부채가 2012~2013년까지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최근에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은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지속됐다는 점에서 주요국들과 차별화 되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연수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금리 인상기에 전세계 부채 위기 가능성을 점검해보고,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부채 관리 상황을 통해 한국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찾고자 했다. LG상남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수 프로그램으로 선택했던 시티대학의 파이낸셜저널리즘 과정을 통해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에 대한 이론 및 실무 전문가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연수자는 글로벌 경제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미국의 가계부채와 중국의 기업부채에 대해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또한 금융위기의 원인과 역사를 다룬 정치경제학 수업(Political Economy of Global Finance)을 통해 부채와 경제 위기 문제에 대한 학문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영국의 경우, 금융정책 당국자들이 가계부채를 경제 안정에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판단하고 지난 2014년부터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대응정책 시행했다. 이 정책은 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함으로써 시장친화적으로 가계부채 수준을 낮추는 효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줄어든 반면, 신용카드, 마이너스 통장(overdraft), 고금리 소액대출(Payday loan) 등의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학자금대출(Student loan)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부채 위기 가능성에 대해 주요국 당국자들은 거시건전성 및 미시적 접근 등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총량에 대한 기계적인 억제 방식보다는 한계 가구 및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점은 한국과는 차별화된 접근 방식이었다. 이는 경기 회복에 따른 가계 및 기업의 부채 증가는 경제활동에 필수적으로 동반하는 사항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IMF, BIS 등 국제 금융기구들은 장기적으로 부채 증가에 따른 경기 변동성 심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내고 있다는 점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한국이 심각하게 여겨야할 대목이다.

또 하나 이번 연수과정에서 알게 된 점은 중국의 부채 문제가 전세계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는 다른 국가의 부채 문제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연수 과정에서 만난 SOAS의 대학의 Hong Bo 박사와 Haitung증권의 수석애널리스트인 Miranda Carr 등 중국 금융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채 문제에 대해 “중국 부채 리스크가 최근 부각되고는 있지만 당국의 의지에 따라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국가의 통제하에 금융시장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부채 증가의 위험성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통계와는 다르게 인식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중국 정치지도자들의 의지에 따라 금융시장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베이징의 당국자들의 시그널을 읽는 것이 중국 부채문제를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부채 현황

전세계 부채 규모는 152조 달러(2015년 기준)로 2000년 이후 두 배로 늘었다. 전세계 GDP대비 비율은225%(IMF 2016)로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총 부채는 정부, 가계 그리고 비금융기업의 부채를 합한 규모를 일컫는다. 현재 전세계 부채의 3분의 2는 가계 및 기업 등 민간 영역의 부채다. 이는 과도한 수준에 이르렀을 경우정부 부채에 비해 더 위험한 부채로 간주된다. 전세계 부채 규모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축소(디레버리징)하는 경향을 보였다.

금융위기 전 GDP대비 220% 수준이었던 총 부채는 2011년 215%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2013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2015년 225%를 넘었다. 이후 아직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한 전세계 부채 통계는 이후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IIF와 같은 민간 기구는 지난 해 1~9월 3개 분기 동안에만 12조 달러 추가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등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전세계적인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이 개별적으로 발표하는 부채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부채 문제를 보다 적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부채를 뭉뚱그려 판단하기 보다, 국가별, 부문별로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국가가 경제 발전 수준에 따라 다른 부채 사이클 구간에 위치해 있는데다, 같은 종류의 리스크를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을 살펴보자.
미국은 2008년부터 가계의 부채축소(디레버리지)가 지속되다 올해 1분기, 총 가계 부채 규모가 금융위기 직전 수준(명목금액 기준)까지 회복했다. BIS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총 부채는 2016년 말기준 총 46조 9,530억 달러로 GDP대비 252.9%를 기록했다. 미국의 부채는 2000년 들어 금융위기 진전까지 급속하게 늘었으나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부채 명목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경제성장 역시 견고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과도한 부동산 대출, 그로 인한 금융부실을 극복한 것일까? 부문 별로 살펴 보면 ‘안정화 됐다’고 판단하긴 섣부르다. 최근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미국의 가계부채는2017년 3월말 기준12.7조달러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직전인2008년 9월말 최고 수준(12.6조 달러)을 넘어섰다.

자료: BIS

미국의 가계 대출은 금융위기전 은행들이 공격적인 주택담보대출에 나서며 12조6,60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대출기준을 강화하는 등 모기지 사업을 축소하자 부동산대출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가계부채 디레버리지가 2013년까지 진행됐으나 이후에는 학자금 대출 및 자동차 대출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했으며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더 가파른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과거 주택담보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던 시기에는 소비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학자금이나 자동차 구입 자금을 마련했으나 은행들의 모기지 사업 축소로 주택담보 대출이 여의치 않자, 직접 학자금과 자동차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역시 미국과 유사한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 부채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총 부채가 감소했으나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역시 페이데이론(payday loan), 학자금대출, 신용카드대출 등이 가계 부채 증가가 원인이다.
전세계 부채 증가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중국이다. BIS에 따르면 중국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257%까지 치솟았다. 이는 미국을 웃도는 수준이자 신흥국 평균인 184%보다도 훨씬 높은 것이다. 2007년 말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52%에 불과했으나 불과 10년만에 100% 포인트 급증했다. 가계부채가 부채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 선진국가는 달리 기업 대출이 치솟은 것이 폭발적인 부채 증가 속도의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채의 절대 규모보다 부채 증가 속도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편 유로존의 경우, 민간부채는 서서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IF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 103.4조달러(금융기관 부채 포함) 였던 유로존의 민간 부채는 올해 1분기에는 97.7조 달러로 내려갔다.

부채 증가 왜 위험한가

지난 20년사이 전세계 정부, 가구, 기업들의 빚이 두 배로 들었다는 사실은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어서 그 자체로 우려를 불러일으킬만한 사안이다. 그러나 부채 증가 자체를 꼭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는 게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부채 증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IMF, BIS 등도 경제성장에 있어 신용(Credit)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가계 : 소비지출에 대한 부담 완화(smoothing of households’ consumption)
  • 기업 : 투자 자금 조달(financing of firms’ investment)
  • 정부 : 경기 대응 (conducting countercyclical policy)

즉 경제 성장의 두 축인, 민간 소비와 기업투자를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신용(빚, 대출)이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신용의 규모 역시 증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과도하게 억제할 경우 민간영역에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정부 부채 역시 경기순환에 대응하기 위해서 때로는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기 급랭기에 긴축적인 재정정책은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부채가 증가하는 현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며, 국가별, 섹터별로 위험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칼을 잘 쓰면 유용한 도구가 되지만 잘못 쓰면 흉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 워렌 버핏이 신용파생상품에 대해 비유했듯이- 대량살상무기가 될 수도 있다.
최근 글로벌 부채 증가와 그에 따른 위기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데는 그만큼 부채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초래해온 역사적 증거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민간 부채의 경우 금융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과도한 부동산 대출이 근본 원인이었고, 한국이 1990년 후반 겪었던 경제위기 역시 과도한 기업부채로 인해 금융 시스템이 취약해질 대로 취약한 상태에서 외환 위기로 촉발됐다.
과도한 정부부채 역시 정부의 조세권과 발권력만 믿고 마냥 안심할 수 없는 대상이다. 특히 경기침체나 금융위기에 시작될 때, 기존 부채로 인해 정부가 재정적 완충장치(fiscal buffer)를 사용할 수 없다면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져 들 수 있다.
때문에 정부의 재정상태(balance sheet)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기 변동폭이 선진국에 비해 크고 외환위기에 노출된 정도가 큰 이머징 국가일수록 부채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국난 수준의 경제 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은 한국과 남미국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새로운 뇌관 : 선진국의 가계부채 및 중국 기업 부채

가장 리스크가 큰 것으로 지적되는 것은 최근 선진국에서 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가계 부채다. 그 배경에는 경기 회복에 따른 실업률 하락뿐 아니라 지속되는 초저금리, 핀테크 업체 등 다양한 대출업체의 등장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대출 상품 접근성이 높아진 탓도 크다.
연수 과정 중 방문한 뉴욕에서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거리 곳곳의 핀테크 업체의 학자금 대출 광고였다. 특히 시티대학과 서머스쿨 교류 학교인 NYU 인근에는 ‘Common Bond’라는 학자금 및 모기지 대출을 해주는 신생 핀테크 업체가 위치하고 있어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다. Common Bond는 2012년 첫 대출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1억 달러의 대출 실적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불과 직원 100명도 되지 않는 신생 핀테크 업체 치고 무서운 속도의 성장세였다.
이 같은 핀테크 업체를 비롯한 온라인 대출업체의 등장은 미국 및 영국과 같은 선진국의 가계 대출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영국의 가장 대표적인 핀테크 업체Zopa의 경우, 올 해초 핀테크 업체로는 최초로 대출자산을 증권화(Securitisation)한 후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허가를 얻기도 했다. 물론 아직 전체 가계대출 시장에서 비중은 미미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인 금융기관인 은행이 리스크관리를 위해 모기지 등 소비자 대출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는 사이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① 미 학자금 대출 부실 우려

미국의 경우, 학자금 및 자동차 대출 규모가 급증하면서 가계 대출 규모가 사상최대치에 이르렀다. 특히 자동차라는 실물 담보가 있는 자동차 대출보다 학자금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학자금 대출은 올해 1분기말 기준 1.3조 달러를 기록하며 오토론과 같은 다른 가계대출을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학자금 대출자는 4,240만명에 달한다. 이는 대출업체들인 신용도가 낮은 학생들(Subprime student borrowers)에게까지 대출영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학지원 축소와 대학의 등록금 인상 역시 학자금 대출을 늘어나게 하는 요인이다.
이같이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에 대한 학자금 대출이 증가하면서 연체율 역시 서서히 올라가는 추세다. 뉴욕 연준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학자금 대출 연체율은 11.2%로 모기지, 자동차, 신용카드 등 다른 소비자 대출에 비해 연체하는 대출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뿐 아니라 불어나는 이자로 인한 연체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2만 5,000달러를 빌릴 경우 이자를 포함해 상환기간에 따라 최소 5만 달러에서 7만5,000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미국 학자금 대출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할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어려 측면에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우선 학자금 대출 이후 이는 증권화돼 투자자들의 손에 넘어가는 구조는 모기지 대출과 구조가 유사하다. 모기지 대출의 증권화된 상품이 MBS라면 학자금대출은SLABS(Student Loan Asset Backed Securities)로 증권화를 거친 후 금융시장에서 유통된다. 예금에 기반한 은행권의 직접 대출이 아닌 증권화를 통한 대출이라는 점에서 모기지 대출과 닮아 있다. 마찬가지로 대출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느슨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 하나는 경제 성장 전반에 미칠 영향이다. 학자금 대출 상환에 허덕이느라 소비를 줄이는 젊은 층이 증가할수록 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학자금 대출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학자금 대출이 많은 이들일수록 주택구입시기를 늦추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자산 축적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정책적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미국 학자금 대출 부실 문제는 향후 미국 금융 시장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정부 보증이 뒷받침돼 있다는 점, 경기 회복으로 실업률이 16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점 등에서 학자금 대출 리스크를 과대 평가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② 최대의 테일리스크 :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면에서 글로벌 부채 리스크 중 가장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중국의 부채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GDP 대비 100% 포인트 급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부채가 증가한 국가치고 금융위기를 겪지 않은 곳이 역사상 없었다”며 경고하고 있다.
중국의 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장에 쏟아 부은 막대한 유동성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6,000억 달러 이상의 돈을 공급했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에 따라 시행된 이 유동성 공급 정책은 효과를 보이긴 보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 경제들이 급속히 위축됐지만 중국 경제가 선방하며 글로벌 원자재 수요를 견인했으며 이는 전세계 동반 경기 침체를 완충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정책을 편 이유는 중국정부가 경제성장률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위적 경기부양의 대가는 막대한 부채로 되돌아온 상황이다.
중국금융 전문가인 Hong Bo 경제학 교수(런던 SOAS)는 중국의 정부주도의 인위적 경기부양책에 대해 연수기간 중 만난 가장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전문가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재정 정책이 아닌 은행을 통한 대출 확대로 유동성을 공급했으며 이에 따라 대출지시를 받은 중국의 주요 은행들은 ‘안전한 선택지’인 국영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렸다. 중국 부채에서 유독 기업 대출이 급증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국영기업들은 실물투자보다는 부동산이나 금융투자에 치중했으며 이로 인해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증가했다. 홍보 교수는 “조선, 철강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전통산업 국영기업들이 오히려 정부가 공급한 유동성 혜택을 보면서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고, 기업들의 차입은 크게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의 다른 부채 문제로 지방정부채 부실, 그리고 개인신탁상품 부실 등을 꼽고 있다. 특히 개인신탁상품(WMC)의 경우 연 6~7%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금융투자상품으로 중국 그림자 금융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실상 은행에서 개인투자자들 대상으로 팔고 있지만 은행은 판매 수수료만 받아 챙길 뿐 투자 결과에는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마치 고금리 예금상품처럼 WMC에 몰리고 있다. 사실상 ‘묻지마’ 투자상품인 셈이다. 중국의 올해 1∼4월 신규 신탁대출 규모는 8,823억 위안(약 1,295억 달러)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같은 신탁상품은 은행으로부터 차입이 어렵거나 회사채 발행금리가 높은 부실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역할을 하고 있어 부도 리스크가 높다. 아직까지는 부실기업들이 이 같은 신탁상품을 통해 차환발행을 이어오고 있으나 자칫 한쪽에서 신용이 경색될 경우, ‘뱅크런’과 같은 도미노 경색이 일어나 금융시장의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중국 부채 버블에 대한 경고음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미국에 이어 다음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중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부채위기에 대한 경고음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시장의 특성은 다르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이퉁 증권의 미란다 커 수석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우 기업의 부채 비율이 높긴 하지만 정부와 가계는 상대적으로 부채 비율이 낮다”며 “중국 정부는 구제 금융을 비롯한 각종 조치를 취할만한 능력이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의 부채는 지난해 연말 기준, 27.3조 위안으로 GDP대비 36.7% 수준으로 이는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다.
다행스러운 점은 중국 금융당국도 전세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금융위기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디레버리징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 들어 두 차례 단기금리를 인상하고, 은행 간 대출과 자산관리상품(WMP)을 규제에 들어갔다.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올해 11월 말까지 높은 레버리지(차입) 투자, 단기 부채 상품의 과도한 사용 등 부정행위를 자체 검열하도록 지시했다. 물론, 여전히 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중국 당국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중국 중앙정부의 의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출만기연장 지원, 직접대출, AMC설립을 통한 부실채권인수 등 구조조정을 위한 조치를 취하기에 중국의 재정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즉, 능력은 되지만 고통이 수반하기 때문에 이를 선택할지 여부는 중국 당국자들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중국경제전문가인 앤드류 콜리어는 “중국 중앙정부가 개인신탁상품 거품 및 지방 정부부채 부실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으며 긴밀히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대규모 금융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치적인 이유로 디레버리지를 계속 늦출 경우 금융시장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급한 한국 가계부채 디레버리지

지금까지 전세계 부채 문제 중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살펴봤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할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이라는 점에서 전문가와 정책당국자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우선, 규모와 증가 속도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가계의 금융부채는 1,423조원으로 전년대비 10% 증가하며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 거시경제 지표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0%였다. 이는 영국(87.6%), 미국(78.8%), 일본(65.9%), 프랑스(56.7%), 독일(53.4%) 등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물론 증가속도 최근 학자금 대출, 오토론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들 선진국보다 한국 가계부채 증가율이 훨씬 가파르다.
또한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 역시 전세계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한국의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16년말 기준 178.9%다. 물론 OECD국가중 한국보다 이 비율이 높은 국가들도 존재한다.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같은 유럽 복지국가의 가계는 높은 조세부담률 때문에 실제 소득 중 가처분 소득 비중이 낮다. 그러나 그만큼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어 가계 부실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
아직까지 금융당국은 전체적인 가계부채의 전체적인 상환 능력은 양호한 편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체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4.8% 수준이며, 상위소득계층인 4분위와 5분위 소득이 전체 부채의 70%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다중채무, 저신용 등 취약계층의 부채 보유가구의 대출부실 가능성 이로 인한 금융시장 연쇄 신용경색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최근 경기가 확장국면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미국이 서서히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의 구조조정 및 디레버리징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영국 가계부채 관리 사례

영국의 부채 관리 사례는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 최대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 한국에 시사점을 남겨준다. 한국의 경우, 가계 대출에 대한 양적인 관리에만 치중하는 반면, 영국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대출자들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시장 친화적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는 2014년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기 위한 조치를 내놓았다. 영국 중앙은행은 은행들이 대출자들이 5년동안 금리가 3% 상승할 경우에도 모기지 대출을 갚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부채 부담능력 테스크와 신규 모기지 대출 중 LTI 비율이 4.5를 초과하는 대출건수가 1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한도를 도입했다. 이 같은 조치 시행이후 영국의 은행들은 모기지 대출 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담보 대출과 관련한 가계부채는 안정화 내지 축소되는 추세를 나타냈다.
다만, 신용카드 대출,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 다른 부문의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최근들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금융당국자들은 또 다시 오는 11월까지 각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소비자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평가해 보고하도록 하는 등 가계대출 부실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결론

연수기간 중에 만난 전세계 경제 전문가와 경제전문기자들의 가장 큰 화두는 ‘다음 금융위기는 어디서 터질까’였다. 모두가 갖고 있는 이 물음에 대한 뚜렷한 대답은 누구도 내놓지 못했다. 중국 부채 위기, 막대한 규모의 그림자 금융 등과 같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부채 문제의 심각성과 함의에 대해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변화로 인한 금리 인상의 속도가 상당히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가계와 기업에 위험요인으로 인식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또 하나 공통된 의견은 미국의 사상 유례없이 길게 지속되고 있는 경기 확장 국면과 오랜 기간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유럽 경제, 그리고 현재로선 정부의 목표대로 6~7%대의 경제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중국 경제 등 전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은 현 시점이 부채 구조조정의 적기라는 점이다. 무디스 애널래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하강 사이클에 진입하기까지 아직 얼마의 시간이 남아있을지는 모르지만,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려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며 저금리에 취해 있는 투자자, 대출자 등에 경각심을 가지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부채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가계부채 축소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찬바람이 불기 전에 월동준비에 나서야 고통 없이 겨울을 날 수 있다.